뜰에 나서자 배시시 철모르는 나팔꽃 두 송이가 나를 반겨 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겁 없이 피었다. 잉크빛 청색이 사뭇 정갈하여 이름 그대로 나팔 소리가 울려 날것도 같고 그야말로 늘 아침을 향하여 인내로 기다린 “Morning Glory” 그 자체인 모습이다.
내일이면 우리 딸아이가 겨울 방학을 지내러 온다. 싼 표를 사려고 몇 달 전에 사놓은 덕분(?)에 나의 기다림이 더욱 길었던 것 같고 멀게만 생각됐던 날이 다가오면서 기다림이 길었던 것만큼이나 내 마음도 설렌다. 아이 방 청소하랴, 좋아하는 음식도 준비하랴 바쁘게 움직이는 나의 마음은 사뭇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우리생의 대부분을 기다림으로 보내는 것 같다. 주중에는 주말이 오기를, 겨울에는 봄이 오기를, 어른이 되기를, 사랑이 오기를,…….
얼마 전 우체국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일이다. 바로 내 앞에서 있는 60전후의 부인이 차례가 되자 Good Morning 라며 경쾌한 인사를 건넨다. 우체국 직원은 의아스러운 듯 “부인은 어찌 그리 행복한 인사를 하실 수 있습니까?”라고 하자 그녀는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행복 합니다. 지금 당신은 이해 할 수 없지만, 기다려 보세요” 라며 내게 눈을 찡긋 하면서 종종히 사라져 갔다. 기다린다고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뜨면서 부터 행복을 느낀다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기다림”은 언제나 어디에서고 만나게 되며 우리들 삶에 활력소가 된다. 196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 는 무엇인가를 계속 기다리는 마음이 삶의 여정의 목적이 되어 인내 하게 되는 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나의 기다림의 여정은 어머니의 모태로 부터 시작하여 이 땅에 삶이 다할 때 까지 지속 되리라고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기다림”은 지금에 이르기 까지 여러 환경 속에서도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최선을 늘 경주 시키는 지침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삶의 구비마다 결단과 기대를 내걸고 기다릴 수 있는 용기와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가능성의 통로가 되어주기도 하었다.
무엇이나, 또는 누구를 기다릴 때 비로소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이 우리는 사랑하는 것, 그 만큼 그 사랑을 위하여 준비하고 기다리게 된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기다림은 기대와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때때로 이런 기다림은 실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할수록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돌아다보고 살피며 실망을 보듬고 새롭게 설 때 비로소 “기다림”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밤을 걸어 새벽의 여명을 열고 찬란히 피운 “Morning Glory”의 기다림을 노래하면서 딸을 만날 기쁨으로 나는 오늘을 열심히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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