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언론계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2003년 8월이었다. 사회 정의구현은 시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이나 법조계 관계자들에게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에 유학을 와서 이후 처음 잡은 직장이 언론사였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한인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과 다양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꿈이 컸다.
기자 초년생 시절, 사회의 부조리나 각종 비리, 한인사회에 각인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사, 평소 관심 있던 장애 아동이나 노인 문제 등을 기사화하면서 한인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빛을 비추고 한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시시각각으로 한인사회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인터넷을 통해 생산되는 무궁무진한 소식들, 이 가운데 진실과 사실을 추려 독자들에게 정확한 소식과 유용한 정보, 그리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전달하는 일은 보람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주었다.
때로는 기사로 실린 내용 보다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의 문의 전화에 답변하느라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기사를 잘 보았다는 격려 전화를 받으면 업무로 인한 피로가 싹 가시면서 용기와 위안을 얻기도 했다. 또 가끔은 항의 전화에 맞서 인내심을 갖고 설명을 하거나 불가피하게 언성을 높여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매일매일 기사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독자들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극복하곤 했다. 마치 매일 학교 숙제를 짊어지고 사는 학생처럼 근무시간 중에는 물론 잠자리에 들어서도 기사 아이디어 고민을 하고, 꿈속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하루 종일 취재원들과 만나거나 전화 취재를 하면서 기사 아이디어를 찾아 머리를 짜내는 일은 일종의 ‘직업병’ 수준이 되었다.
이 모두가 기자로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을 알리는 사명을 다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연륜이 더 할수록 기자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속에 들어가 그 사회와 하나가 되어 독자들이 볼 수 없는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주고, 단순한 사건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틀어보는 예리하고 냉철한 눈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공동체 내에서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모두를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진짜 기자의 사명을 다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김진호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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