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야,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마음속에 저금해 두고 있어/ 외롭다고 느낄 때 그걸 꺼내 힘을 내는 거야/ 당신도 지금부터 저금해 봐/ 연금 보다 나을 테니까"
99세 난 일본의 여류시인, 시바야 도요의 첫 시집, "약해지지마"에 나온 ‘저금’이란 시다. 92세에 데뷔해 지난 3월 이 시집이 선보인 후, 단 6개월만에 70만 부나 팔렸다고 한다. 순박한 자신의 생애를 통해 이웃들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녀의 잔잔한 속삭임은 지금 온 일본열도를 감동으로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나 말야,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그렇지만 시를 쓰면서 사람들에게 격려 받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는소리하지 않아/ 아흔 여덟 살에도 사랑은 한다고/ 꿈도 꾼다고/ 구름에라도 오르고 싶다고."
그녀의 ‘비밀’이란 시다. 나이 아흔 여덟에도 죽음대신 구름에라도 오르고 싶은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은 그녀의 소박한 시정신과 이웃들과의 따뜻한 교감이 원동력임을 고백하고 있다.
그녀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으나, 10대에 가세가 기울어 학업도 중단하고, 온갖 허드렛일로 연명했다고 한다. 첫 결혼도 실패한 그녀는 식당과 재봉일등으로 생계를 이으며 문학과는 무관한 일생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던 그녀는 나이 들고 거동이 불편해지자 평소 취미였던 일본 무용도 못하게 되면서 시인인 외아들이 권한 것이 시 창작이었다고 한다. 아들이 어머니의 재능을 눈여겨본 덕에 습작을 거쳐 쓰기 시작한 글이 어느 날, 6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산케이신문 1면, ‘아침의 노래’ 코너에 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선 사후에 방치된 채 미이라가 된 할아버지가 발견되는 등, 점점 심각해지는 고령자문제로 사회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두웠다고 한다. 그런데 때마침 밝고 건강하고 유쾌한 90대 시인이 나타나 일본사회에 희망과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시집이 호평을 받으면서, 그녀의 건강과 장수비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녀는 왕성한 호기심과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술회했다고 한다.
또 한해를 추수하는 계절이 왔다. 노 시인 도요 씨의 삶을 속인(俗人)의 눈으로 보면 감사할 조건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 적어도 시집이 팔리기 전 까진 가난한 촌부(村婦)의 길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에 나타난 감사한 마음은 어느 구도자보다 진솔하고, 어느 부자보다 부요해 읽는 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참 감사는 감사할 조건이 없는 중에도 작은 감사를 찾아내 깊이 감사하는 것인 듯 하다.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 100% 완벽한 감사의 조건은 없다는 것이다. 겉으론 부러워 보여도 뒷면엔 다 나름대로 아픔과 부족함을 안고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복을 받아야 감사가 나오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참 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요행도, 불로소득도 아닌 게 분명하다.
복(福)이란 말을 풀어보면 한(一) 식구(口)가 땀흘려 손수 경작한 밭(田)을 보여주는 (示)이다. 아무리 작은 수확이라도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결실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내 작은 결실을 얻기까지 하늘이 내려주신 햇빛과 단비의 은혜를 크게 감사하는 사람이 복 있는 자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99세 도요 시인이 들려주고자 하는 ‘감사의 비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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