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전통 가치관에 변화 바람
이란 여성들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슬람의 전통적인 가치관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파르시(Farsi) 1’ 위성 채널이 이 같은 변화를 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채널은 뉴스코프 자회사인 홍콩 스타TV와 아프가니스탄의 모비 미디어 그룹의 합작벤처로, 지난해 두바이에서 더빙작업을 거쳐 페르시아어로 방송을 송출한 이후 수백만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FT는 젊은 이란 여성들이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 콜롬비아 드라마 및 코미디를 시청하며 보수적인 가족 및 이슬람 가치관을 뛰어넘은 내용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헤어 디자이너 샤브남(39)은 "파르시1은 당신 앞에 맛있지만 금지된 케이크가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기본적 권리의 박탈을 실감하게 한다"고 방송소감을 밝혔다.
파르시1의 자이드 모흐세니 CEO(최고경영자)는 이 채널의 3천만 시청자 중 2천만~2천500만 시청자들이 이란 여성이고, 나머지는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아랍에미리트의 페르시아어 사용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 채널의 성공 요인을 배우자나 애인의 부정(不貞), 이혼, 혼전 섹스 등을 다룬 프로그램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36세 여성 자린은 상대방의 배신을 경험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콜롬비아 드라마를 보고 외도 중인 남편과 이혼하기로 했다.
38세 주부인 샤라레는 "내 아이들에게 이란 TV를 보여주느니 차라리 파르시1을 보여주겠다"며 "적어도 집 밖에서 아름답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람법은 이혼이나 자녀 양육, 재산 상속 때 여성보다 남성의 권리를 우선하기 때문에 이런 인식의 변화는 이란의 보수 지도자들에게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파르시1과 영국 BBC의 페르시아어 서비스,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을 통해 침입한 서방문화가 ‘저속한’ 행동을 부채질하고 결국에는 이슬람 가치관과 체제를 약화시킨다고 비난했다.
모하마드 호세이니 이란 문화장관은 이를 ‘부드러운 전쟁’으로 비유했다.
당국은 서방의 문화적 ‘위협’에 대응하려고 인터넷 차단, 위성 안테나 압수, 송출신호 혼선, 신문 폐간 등의 조치를 취했다.
무엇보다도 여성의 인식 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남성들이다.
이슬람법상 우위에 있는 이란 남성들은 때때로 해외 채널에 대해 이뤄지는 국내 검열조치와 접속을 아예 차단하는 방법에 의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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