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앞에는 동상들이 있다. 광화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여러 도시에는 동상들이 많이 있다. 그것이 세워진 이유와 역사도 여러가지이다. 후대에 귀감이 되는 역사적인 인물도 있고, 귀여운 동화의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뜻깊은 동상들도 있다.
그 많은 동상 중에는 예술성이 뛰어나,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람들에 의해서 부숴지고 깨뜨려져서 사라지는 것도 있다. 군중에 의해서 쓰러지는 동상들은 정치와 관계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한때를 풍미하던 영광이 소멸 될 때에 일어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착찹해진다.
그런가 하면 현존하고 있는 동상을 없이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또한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어서 의견이 다른 단체의 사람들이 충돌하고 있는 현상도 일어난다. 그것은 휴전 후, 남한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리의 고마움을 표시해서 세웠던 인천에 있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다.
배우 뺨치게 잘생긴 맥아더 장군이 시거를 입에 물고 있다거나, 군장을 달고 군모도 멋지게 쓴 모습의 사진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는 나이가 든 세대에게는 친근한 인물이다. 그 동상을 어째서 이제와서 철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소식을 듣자 지금은 없어진 동상 하나가 기억에 떠오른다.
4.19가 난 후, 계엄령으로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렸을 때에 나는 천안집에 내려가 있었다. 그 때에는 TV가 없던 때여서 우리는 라디오로 모든 뉴스를 들었다. 그 무렵에는 라디오로 뉴스나 오락프로그램을 들을 때에, 어떻게 된 노릇인지 느닷없이 북한의 방송이 들려오기도 하였었다. 방송을 통해서 들려오는 나열된 숫자의 방송도 있었다. 그것은 북한에서 공개적으로 남한에 있는 간첩들에게 내리는 지령을 그렇게 숫자로 내려보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계엄령이 내려져 있던 그 시절에 마치 중계방송을 하듯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는데 ‘지금 서울에서는 데모대들이 남산에 있던 이승만의 동상을 깨뜨리고 머리를 쇠줄로 묶어서 길에서 끌고 다니고 있다.’는 북한의 방송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듣는 우리의 귀를 의심하였다. 어떻게 남한의 대통령 동상이 깨어져서 국민들의 손에 쇠줄에 끌려 수도의 한복판에서 그러한 횡포를 당할 수가 있단 말인가. “ 나쁜 놈들. 어떻게 저런 소리를 방송으로 내보낸담.” 아버지가 말씀 하셨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뒤에 나온 남한의 방송국이 발표한 뉴스였다. 그것은 북한의 방송이 내보냈던 것과 똑같은 내용을 남한의 국영방송이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북한의 방송에서 정보를 알아내기라도 한 듯이 뒤따라 나오는 소식에 우리는 경악하였다. 그것은 데모대들이 북한의 방송을 듣고 그것을 지령으로 삼아서 한 행동인지, 아니면 누군지가 서울의 데모 현장을 북한방송국에 중계로 타전을 한 것인지 알아낼 길은 없었다. 그 때 까지 남산에 건재하고 있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동상은 마침내 쓰러지고, 참담한 모욕을 당하였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놓고 왈가왈부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문득 오래 전에 들었던 북한에서 중계하듯 들려오던 뉴스가 생각났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남한땅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남한 어느 단체의 의견에 대한 북한의 동조인지, 아니면 북한의 주장을 여과없이 따라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이 탄생 한 후,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누구를 위한 이념인가? 그 정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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