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연쩍고 낯 뜨거워지는 칭찬이 있다. 전후 사정 헤아리지 않는 어설픈 칭찬이나 부풀려진 칭찬에 때론 마음이 상하고 불쾌해지기도 한다.
쉼 없이 이어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코리아 칭찬’이 꼭 그렇다. 외교적 수사라거나 미국인의 분발을 독려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오바마의 ‘코리아 칭찬’ 행진은 낯이 뜨겁고 불편하다. 오바마가 모르는 한국의 현실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자식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기 원한다. 한국 부모들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 대통령이 원어민 교사 수 천명을 불러 들였다”며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을 칭찬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 학생을 본받아야 한다. 한국 어린이들은 비디오 게임이나 TV 시청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집 밖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학생들의 높은 학습열기에 대해서도 이례적일 만큼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한국이 미국 학생이나 학부모가 본받아야 할 모범이 될 수 있는가.
한국의 교육열을 배우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극성스러움으로 표출되는 교육열 뒷면에 자리한 참담하게 뒤틀려 있는 한국의 현실이다.
중학교 의무교육조차 완성하지 못한 한국에서 부모들은 매년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부담해야 하고 예비 부모들은 사교육비 걱정에 애 낳는 것조차 포기한다.
실력보다 간판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경쟁에 아이들은 자살로 내몰린다. 사교육비 부담이 어려운 가난한 집 아이는 일찌감치 경쟁대열에서 탈락해 아버지의 신분을 대물림 받고 부자 집 아이는 월 수 천만원하는 고액 과외와 조기유학으로 미래를 보장받는다. 아이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집 밖에서 학원으로 과외로 전전하며 국어와 영어, 수학을 암기과목처럼 달달 외워야 하고 입시에서 조차 특혜와 편법이 통하는 현실이다.
오바마가 과연 이 교육 현실을 알기나 하고 그 칭찬을 했던 것일까.
한국의 인터넷 브로드밴드정책을 모범사례로 극찬한 13일의 오바마 칭찬 역시 낯 뜨겁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메일에 대한 광범위한 도청과 사찰이 일상화되고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인터넷 댓글이 수시로 삭제되는 것이 한국의 인터넷 현실.
한국 학생들의 수학, 과학 점수가 몇 점 더 높아도, 한국의 인터넷이 속도가 조금 더 빠르더라도 ‘코리아 칭찬’을 듣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 미국 대통령의 ‘코리아 칭찬’에 얼굴 붉히지 않고 자부심을 갖게 되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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