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설 땅이 좁아진다. 디지털 세상 이야기다. “트위터 안하세요?”라는 질문에 부랴부랴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북한도 트위터를 시작했다는데 늦은 것 아닐까 조바심도 생겼다. 2개의 윈도우를 띄워도 좋을만한 컴퓨터 모니터를 켜놓고 웹을 통해 트윗을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트위터 웹에 접속하고 보니 디자인이 허접하기 짝이 없다. 140자로 제한된 단문으로 소통하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친하다 한들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신변잡기까지 꼬박꼬박 알려주는데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난감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상황은 1주가 지났는데도 팔로어(follwer)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북한도 순식간에 1만 명이 생겼다는 트위터 팔로어가 내 계정에는 왜 생기지 않는 건지. 무작정 팔로(follow)만하다 보니 디지털 세상에 버려진 굴욕감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트위터 계정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팔로어 1,000명을 돌파한 후배에게 이유를 물었다. 의외로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스마트폰 없이 시작한 트윗이었기에 실시간 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일상의 가벼운 소통이 아니라 마치 100자평을 쓰듯이 요약정리를 했기 때문이란다.
트위터 디자인이 허접한 것도 140자 단문으로 제한한 것도 모두가 스마트폰에 맞춘 ‘마이크로블로그’라는 본질을 간과했던 것이다. 피겨 퀸 김연아 같은 스타도 아니고 소설가 이외수처럼 연금술사도 아니면서 팔로어의 숫자에만 집착했다. 디지털 이민자임을 인지하고 ‘팔로’라도 착실히 했으면 굴욕까지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하는 중·노년층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 가족 3대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소통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대방에게 승인받는 과정이 필요 없는 트위터는 중년층이 받고 싶을 때만 전화를 받는 자녀들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고 한다. 물론 자신을 팔로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용자로 찍혀 차단되지 않는 한 말이다.
디지털 이민자는 디지털 네이티브(1980년대 PC컴퓨터의 대중화, 1990년대 셀폰과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디지털 혁명기 한복판에서 성장기를 보낸 30세 미만의 세대)와 달리 디지털 언어의 습득 및 활용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미국 이민자가 영어를 구사함에 있어 모국어의 액센트가 남아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디지털 주도 세력이 이끌어갈 것이 극명하다. 영원한 올드 보이로 남고 싶지 않다면 디지털 세상으로 이민을 떠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하은선 / H매거진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