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잡화 도매상에서 잠시 일한 경험이 있다. 뉴욕에서는 월급쟁이보다는 내 비즈니스가 최고라는 주변의 얘기를 하도 많이 들었던 터라 “나도 한번 장사를 제대로 배워 나중에 큰 돈을 벌어볼까?”라는 야무진(?) 각오로 뛰어들었다.
그 업체는 LA 한인도매상과 전국적인 체인스토어 등 큰 손 고객에겐 주로 배달을 하고 매장을 찾는 대다수는 중국인 상인들과 업계에서 ‘모나미’라고 부르는 노점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아주 조금씩 물건을 사가면서 불평도 많고 시비도 잘 걸었다. 나는 이들에게 미소 한번 지은 적이 없고 달라는 물건을 툭툭 던져준 적도 많았다. 힘에 겨운 바쁜 상황이라 그런 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10년, 20년 동안 단골손님인 그들을 나는 ‘고객’으로 대접하지 않았던 것이다.
간혹 욕을 하며 물건을 던지고 돌아가는 모나미에게 나는 “또 안 오나 보자. 그 스카프 우리 매장 아니면 못 사지”라고 코웃음쳤다. 실제로 다음날이면 그는 다시 가게를 찾았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최근 한인 사회 최대 관심사는 수산인 협회원 폭행사건이다. 지역 정치인까지 나서더니 뉴욕시 4대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BIC의 커미셔너까지 협회 사무실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다.
폭행 직원의 퇴출과 공식 사과, 피해 보상 등 협회의 요구가 상당부분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처럼 폭행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어 시장 내에서의 한인 상인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바라는 것이 있다면 ‘피해를 당했던 우리’가 ‘누군가에 피해를 주는 누군가’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서두에 개인적인 경험을 꺼냈던 것은 회원을 폭행한 에머럴드사의 행태가 어쩌면 한인들도 다른 인종에게 무심코 하고 있을 행동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에머럴드사의 거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는 협회원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하다고 한다. 사소한 시비로 25년 단골을 폭행한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많은 한인들이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무수한 인종을 고객으로 상대한다. 그들이 백인이건, 흑인이건, 중국인이건 똑같이 고객으로 대접하고 존중해야겠다. 우리도 어떤 인종에겐 고약한 사람들로 찍혀 있을지 모른다.
박원영 뉴욕 지사 경제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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