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1주 6일 2시간씩 드라마를 보며 살게 됐다. 금요일만 제외다. 이날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래도 하루쯤은 쉬어 가야할 것 같아 고민 끝에 택한 요일이다. 월·화는 ‘커피하우스’와 ‘동이’를 보고 수·목은 ‘제빵왕 김탁구’와 ‘나쁜 남자’를 본다. 물론 하이라이트는 주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는 시간이다. 김수현표 드라마치고는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 그래도 노작가가 풀어나가는 ‘가화만사성’이란 드라마 주제가 우리네 인생을 반추하게 만든다.
살면서 한번쯤 스쳐갔던 사람들이 가족이란 울타리에 모두 모여 있다. 7명의 첩을 거느렸던 화려한 외도 끝에 조강지처를 찾아온 할아버지, 남편의 의처증을 사랑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아내, 휴일 영화를 보자는 아내를 외면하고 회사의 젊은 여직원과 극장에 갔다가 현장에서 들킨 남편의 모습을 통해 부부 사이의 신뢰 쌓기 노력은 평생 끝이 없음을 강조한다.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는데 “미안하다...놀래서...” “죄송할 것 없어. 이 자식아...” 라고 눈물을 삼키는 부모를 보면서 충격적인 자녀의 고백에 ‘아 저렇게 대응하면 되는 거구나’고 한 수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가끔씩 가족 구성원들이 지성과 교양으로 똘똘 뭉친 태도로 서로를 대하는데 괴리감이 느껴질 무렵이면 노총각 막내아들이 등장해 온갖 눈총과 미움을 받으면서 무식한 행동의 극치를 터뜨린다. 매사가 자기 마음대로이고 배려라곤 없는 것처럼 가볍게 혀를 놀리며 뒤틀린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적절히 보여줌으로써 갈등을 해소한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를 느끼게 만든다.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소가 불란지 펜션으로 가는 길에 갈등을 겪는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 들리는 곳, 형제섬을 배경으로 한 벤치가 있는 풀밭이다. 제주도에서 일출 명소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라고 한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형제섬 사이로 뜨는 일출을 찍고 싶어 한다고. 아무리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해도 그 곳에 가면 화가 누그러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틈만 나면 TV화면을 쳐다보고 말끝마다 스트레스와 짜증이 묻어나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제주도 불란지 펜션은 꼭 아니더라도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자연의 풍광을 찾아 떠나야할 시기다. 혼자도 좋고 가족과 함께 라면 더욱 좋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이 세속에 찌든 심신을 새롭게 소생시켜 올 후반기 재도약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은선 / H매거진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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