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새로운 역사를 썼고,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붉은 물결이 이곳 남가주 한인사회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넘실거렸다.
이번 월드컵 기간 LA의 한인들은 스테이플스센터와 ESPN 존, 윌셔 길 등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합동 응원장마다 가득 모여 한마음으로 열정적 응원을 펼쳤다.
월드컵 합동응원을 취재하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극전사들이 나이지리아와 16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다. 드라마 같은 경기 전개에 이어 2대2 무승부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응원장에 나온 한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감동의 눈물을 글썽였다. LA 한인타운 내 많은 대형 식당들과 스파 등 업소들은 월드컵 열기로 부쩍 매출이 증가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이처럼 태극전사들의 선전으로 한인타운이 들썩였지만 그 이면에는 월드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곳도 많았다. 월드컵 축구를 시청할 수 있는 대형 TV가 설치돼 있거나 관련 프로모션을 실시했던 업소들은 고객들이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그렇지 않은 소규모 영세 요식업소들은 반대로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져 매출 격감을 감수해야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 식당 업주는 “월드컵 이전에는 점심시간이나 주말이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는데 월드컵이 시작된 후 단골들은 물론이고 타인종 고객들도 들어왔다가 TV가 없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리더라”며 “한국이 16강에 갔을 때까지는 그나마 위안을 삼았는데 이제 솔직히 월드컵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의 상당수의 한인 업주들도 월드컵 기간 내내 매장이 한산하다며 월드컵 특수가 남의 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고 이구동성이다. 자바시장에서 소규모 의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송 모씨는 “월드컵이 시작된 후 자바시장에서 히스패닉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들 중 개점휴업 상태를 호소하는 곳이 많다”며 “매출이 80% 이상 떨어진 곳도 있는데 소규모 업소들은 그저 월드컵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긴 불경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인 비즈니스들이 모처럼 맞은 월드컵 특수를 골고루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오는 11일이면 결승전을 끝으로 한 달 여간 이어진 2010 남아공 월드컵 드라마가 막을 내리게 된다. 월드컵이 한인사회에 가져온 긍정적 열기를 승화시켜 다시 한 번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철수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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