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우루과이, 독일-스페인. 남아공월드컵 64게임 중 60게임이 끝났을 때 이 4팀이 남으리라 예상한 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싱거운 매치업은 아니다. 어차피 빗나가기 일쑤인 결과전망은 제쳐두고, 이번 대회 ‘파이널 4’는 운명적 짝짓기라 해도 좋을 만큼 대조적 관록과 평판이 엇갈린다.
▲네덜란드-우루과이: 네덜란드는 ‘우승 한번 못해본 최강팀’이다. 황금기는 1970년대였다. 전설적 수퍼스타 크루이프를 중심으로 신개념 토탈사커를 구사한 네덜란드는 다년간 무패가도를 달리며 1974서독월드컵 우승사냥에 나섰다. 예상대로 승승장구 끝에 결승에 안착, 그러나 마지막 승부에서 베켄바워의 서독에 1대2로 졌다. 네덜란드는 크루이프가 빠진 상태에서 1978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도 결승에 올랐으나 캠페스의 아르헨티나에 밀려 또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네덜란드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우루과이는 ‘두번이나 우승한 평범팀’이다. 평범팀이란 게 과거와 현재를 혼동한 편견임은 물론이다. 지금도 인구가 300여만명에 불과한 우루과이는 위풍당당 초대챔피언(1930우루과이월드컵)이다. 홈텃세 덕분이라는 등 뒷말은 우루과이가 1950브라질월드컵에서 브라질을 꺾고 우승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후 우루과이축구의 위세도 시들해져 1970멕시코월드컵 4강 말고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독일-스페인: 키부터 다르다. 평균신장에서 독일은 가장 크고 스페인은 가장 작다. 경기력 비교평가도 대조적이다. 독일은 골넣기는 잘하는데 플레이는 무미건조하고 스페인은 골넣기는 못하는데 플레이는 아기자기하다, 독일은 지고 있어도 평정을 잃지 않지만 스페인은 이기고 있어도 어딘지 들떠 있다, 독일은 볼거리는 별로 없지만 이기는 축구를 하고 스페인은 볼거리는 아주 많지만 툭하면 진다 등등. 독일은 빅타임 위너(큰 경기에 강하고) 스페인은 빅타임 루저(큰 경기에 약하다)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독일은 1954스위스, 1974서독, 19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우승했다. 1966잉글랜드, 1982스페인, 1986멕시코,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월드컵 농사는 변변찮다. 세계4대리그(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아A)를 운영중인 나라 중 우승을 못해본 나라는 스페인뿐이다. 결승은커녕 준결승 잔디를 밟아본 적도 없다. 1950브라질월드컵 4강에 올랐으나 당시엔 준결승전 자체가 없었다.
독일-스페인전은 또 유로2008 결승전 이후 2년만의 빅타임 리매치다. 스페인이 빅타이틀전에서 독일을 누른 것은 이때가 거의 유일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독일은 세르비아에, 스페인은 스위스에 나란히 0대1 깜짝패를 당했다는 건 공통점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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