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젖지 않고 피는 꽃 있으랴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도종환 시인의 시 가운데).
지난 주말 저녁 윤동주 문학제가 열린 문화원에 다녀왔다.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도종환 시인의 자연과 꽃, 인간의 삶을 넓은 가슴의 눈(心眼)으로 바라보는 시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연의 녹음이 눈부신 푸른 성하(盛夏)의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바다가 그리워진다. 해마다 손자들과 메릴랜드 오션시티를 다녀오는데 그때마다 바다의 단상이 달라짐을 느낀다. 여름은 외길로 달려가는 인생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인간이 자연과 동화되고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순간은 바다에 뛰어들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동트는 새벽녘의 쏟아지는 햇살과 넓은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 가슴에 충만한 감동이 일렁인다. 탁 트인 바다를 나는 갈매기떼와 끝없는 수평선의 바다는 여름철의 백미(白眉)인 것 같다.
샘물이 흘러 시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에 안기기까지 무수한 생명들이 꿈을 키운다. 그래서 자연의 감상은 인간이 살아있다는 즐거움으로 설레이게 하고 사랑의 샘물도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바다에 가면 넓은 마음을 배워오고 산에 가면 산처럼 깊고 그윽한 마음을 배워온다고 했던가.
나는 순 서울내기라 바다를 모르고 자랐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가 좋다. 여름에 간혹 우울해지면 가까운 애나폴리스 바닷가로 달려가 드넓은 바닷가를 보며 마음을 달랜다. 광활한 바다 앞에서 큰 가슴으로 호흡하며 그냥 망망한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출렁거리는 파도가 가슴에 밀려오면 공연히 외로워지고 슬퍼진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민의 삶은 늘 바쁜 일상에 위대한 자연의 존재조차 잊고 산다. 자연은 묵묵히 정직하게 제 할일을 하며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인내와 희망을 주는가. 자연은 사람을 일깨워주는 스승이다. 하늘과 땅은 만물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빈손으로 떠나며 한 평의 땅에 묻힌다. 살아있는 동안 자연을 가까이 하며 마음을 비워보자. 어려운 이웃도 도우며 사랑 안에서 서로 용서하고 사랑을 나누면 삶이 빛나지 않을까.
암울한 일제시대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원했던 윤동주 시인의 순수한 삶처럼...
채수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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