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특임장관이 주최하는 LA ‘동포간담회’가 지난 12일 한인타운 내 한 호텔에서 열렸다. 주호영 장관은 대통령이 지정하는 특정 사무를 수행하는 ‘특임’ 장관인데다 대선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직을 수행하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여느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동포간담회와는 다른 기대감을 갖게 했다. 주 장관이 대통령을 수시로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시중의 여론을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 취재하며 본 이날 간담회는 과연 ‘동포간담회’라는 타이틀이 적합한가 하는 회의마저 들게 했다. 우선 간담회 참석 인원이 15명 정도에 불과했고, 참석한 ‘동포’ 인사들의 면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김재수 LA총영사와 강후원 동포담당 영사 등 영사관 관계자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칼렛 엄 제29대 LA한인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통상 동포간담회가 열릴 때면 소위 한인사회 대표 단체장의 자격으로 의례 참석하는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나 평통 회장 등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일까. 간담회에서 오간 대화의 내용은 한인사회 전체의 이슈나 한인들의 권익에 대한 것보다는 한인회 지원 등 일부 단체에 국한된 것들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간담회 끝에는 선거 파행 사태 속에 논란이 되고 있는 스칼렛 엄씨에 대해 당선을 축하하자는 박수 제의까지 나와 이를 바라보는 주 장관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이 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총영사관 관계자는 “참석자 명단은 전적으로 LA한인회에 일임했다”고 책임을 한인회 측에 떠넘겼고, 참석자 명단을 정한 한인회측 관계자는 “총영사관으로부터 지난 9일 갑작스럽게 연락받아 참석자 물색에 나섰으나 일정이 촉박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인사들도 있어 결국 회장과 친분 있는 사람들 위주로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이나 한인회나 참석자 선정이 졸속적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장관이 미국까지 나와 주최하는 동포간담회는 한국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치러지는 공식 행사이자 미주 한인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소중한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간담회 참석자가 이처럼 편향적으로 졸속 선정되고 그로 인해 한인사회의 여론과 현안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 중에는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참석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은 자세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해외 최대 한인사회인 LA에 들러 한인들의 의견을 열심히 경청하려 했던 장관의 자세가 오버랩 돼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정대용 /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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