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평소 친분이 있는 한 변호사로부터 관심을 끄는 이야기를 들었다. LA 한인타운의 한 사우나에서 청소년들이 모여 마약 복용을 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이다. 소위 ‘한 건’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확인차 해당 업소에도 방문해봤지만 뚜렷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소문은 있는 것 같았지만 이를 알고 있거나 봤다는 사람들이 없어 사실 관계가 잡히지 않았다.
관할 경찰서의 담당 수퍼바이저를 대상으로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우나에서 청소년들이 마약 복용을 한다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 아니냐고 묻자, 구체적인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는 수사에 나설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기사거리를 놓치는 게 아쉬웠지만, 소문이 있다는 말만 듣고 ‘사실에 대한 확인 또 확인’이라는 취재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채 기사를 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얼마 뒤 한 언론에 타운내 사우나와 찜질방 등에서 청소년들의 집단 마약 복용이 성행해 관할 경찰서에서 대대적 수사에 나선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기자가 취재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인 내용이었다. ‘이런 내가 미처 취재를 못한 게 있나’하는 생각에 경찰 관계자들에게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대답들이 놀라웠다. 경찰서장에서부터 수사 책임자들이나 일선 경관들까지 ‘대대적 수사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기자가 얼마 전 취재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부풀려진 기사에 뭘 그렇게 새삼 놀라느냐”고까지 말해 기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결국 떠도는 소문에 실체가 없는 경찰의 수사 계획이 과장 보도가 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청소년들의 마약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고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우나에서 그러한 범죄행위가 행해진다면 공공 안전 차원에서 마땅히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고, 언론이 보도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고 범죄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소위 ‘특종’의 유혹에 빠져 사실과 다른 오보를 내는 것은 언론의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엉뚱한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팩트에 대한 확인 또 확인’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끝까지 사실을 정확히 확인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 기자가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원칙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됐다.
양승진 / 사회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