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A 일본 총영사관이 한인 알렉스 조씨에게 서한을 보내 60번 프리웨이에 설치된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내용의 빌보드를 철거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된 한인들의 독도 사랑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확실히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 측 망언 한마디에 부르르 흥분했다가 금세 식어버리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차분하면서도 지속적이다. 독도 생수와 독도 스티커가 등장했고, 자신의 차량에 독도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다니는 운전자도 나타났다. 알렉스 조씨를 부각시키면서 그가 지속적으로 독도 광고에 앞장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는 것도 예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16일에는 다운타운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일본의 조치에 항의하는 ‘조촐한’ 시위가 열렸다. 그나마 참석자들은 주로 70대 이상의 한인 단체장들이 대부분이었다. 금요일 낮 시간에 열린 까닭인지 젊은 세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집회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절로 나올 법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항의가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시위는 개인이나 단체의 의사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지만 깊은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영사관 앞 항의 시위에 참석한 이민 1세들은 독도나 고국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중간 정도의 애정과 관심을 갖고는 평일 낮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런 모임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에 상관없이 시위를 당하는 쪽에서는 참가자들의 요구사항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일본총영사관에서는 직원들을 내려 보내 집회 참석자들이 외치는 구호나 전단지 내용을 하나하나 살폈다. 집회 시작부터 끝까지를 사진에 담기도 했다. 일본 측에서 볼 때는 자신의 목숨이라도 내놓을 듯 거칠게 항의하는 한인 노인들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인 젊은이들 가운데도 자기 시간과 돈을 써가며 항의 집회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자신이 조씨와 통화했다는 사실조차 비밀에 부치려는 LA총영사관의 일부 영사나 ‘외교는 중앙정부가 할 일’이라는 손을 놓고 있는 경상북도 관계자들과 비교해 볼 때 이들의 행동은 돋보였다.
독도 문제는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좀 더 차분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직접 항의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의 열의도 기억하고 이를 독도 문제에 대처하는 힘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대용 /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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