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회태 ‘이모그래피’전, 4월22일까지 갤러리 코리아
24일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는 가로 5미터가 넘는 대형 천이 바닥에 마련됐다. 서예와 회화, 전각 작품을 결합한 새로운 미술인 ‘이모그래피’전 오프닝 행사중 하나로 작가가 직접 시연을 펼치는 순간이었다.
커다란 천에 어울리는 대형 붓을 쥐고 심호흡을 하는 허씨의 표정은 붓을 든 작가라기보다는 퍼포먼스를 무대에 앞둔 배우나 혹은 벽돌격파를 앞둔 차력사의 긴장된 분위기마저 풍겼다. 아니 실제로 붓을 놀리는 작가의 모습은 진정한 한편의 퍼포먼스였다. 단 몇 획, 두 글자를 천에 그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남짓이었지만 시연을 마친 작가는 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나의 획을 그을 때마다 게임포인트가 걸린 마지막 서브를 날리는 테니스 선수의 입에서 나올법한, 온 몸의 기가 실린 기합을 내질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시연을 감상한 후 불과 몇 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들을 다시 보면서, 마치 화선지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듯한 생동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안 듯했다. 그리고 “수억의 가능성 중에서 나온 하나의 획”이라는 작가의 설명도 비로소 와 닿았다. 작가는 자신이 그은 획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 번에 그은 획이지만 아주 진한 먹, 가는 먹 그리고 흩뿌려진 자국까지 모두 나타났잖아아요? 일부러 이렇게 하려는 것은 아니죠. 마음에 들 때까지 수천 번이나 같은 붓질을 하다가 스스로 ‘아 이거다’하는 획이 나오는 겁니다.”붓과 먹을 이용한 순수추상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모그래피’는 먹이 주는 단순한 아름다움과 추상이 주는 심오함이 규정하기 힘든 조형미를 이루며 외국의 관객과 평단에서 오히려 더욱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일부 작품에서는 의외로 세밀하고 꼼꼼한 작가의 손재주가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해 버지니아를 시작으로 미 5개 대학 순회 전시를 벌였고 이번 문화원 전시는 1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미 순회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한글 문자의 회화성을 극대화 시키고 글자 하나 하나에 철학을 담았다”는 이모그래피 전시는 4월 22일까지 진행된다. <박원영 기자>
허회태 작가가 1만개의 털로 만든 대형 붓으로 이모그래피 시연을 펼치고 있다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있는 임영미씨(오른쪽)는 이모그래피 미 순회전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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