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공중전화에서 문득 전화를 합니다. 누나가 어쩌면 말투하며 목소리가 꼭 그대로냐고 합니다. 누나 도 꼭 그대로입니다. 나는 열일곱, 여덟 때처럼 누나에게 전화를 합니다. 수선이 서른 번은 더 졌다 핀 겨울날입니다.
나기철(1953 - )
삼십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난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어른이 된 친구들이 낯설었지만 우리는 누가 누군지 곧 알 수 있었다. 말투와 목소리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것 몸짓까지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삼십년이 더 지나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서도 그대로일 것이다. 아니,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도 그리운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 그 몸짓을 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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