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린다
커피가 출렁거린다
찻잔이 달그락거린다
탁자가 가늘게 흔들린다
말 탄 듯 의자 위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발과 바닥이 맞붙어 떨고 있다
울음 참는 사람의 등처럼 찻집 건물이 진동하고 있다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는
종각역
위의
종로 거리, 오
지평선만큼 넓은 어깨를 가지고도
너는 작은 토끼처럼 등뼈와 갈비뼈로 떨고 있구나
떨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철근과 콘크리트도 쿵쿵 울리고 있구나
저토록 커다란 지구덩어리가
제 덩치를 다하여
내 심장처럼 두근거려주고 있구나
김기택 (1957 - )
지하철이 지나가면 그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떨린다. 지구는 심장이 두근거림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 ‘떠는 사람’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이 생각난다. 근래에 세계 도처에서 큰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건 종로 아래를 달리는 지하철 때문일 수도 있겠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일어나는 지구의 몸살일 수도 있겠다. 충격적인 뉴스들 때문에 내가 자주 놀라고 떨어서, 지구가 함께 떨어주는 것은 혹시 아닐까.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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