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LA에서 가족 행사가 있어 한국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 전에 LA일대를 여행하며 ‘미국은 이래서 좋다, 저래서 나쁘다’는 가족들의 자체 평가가 이어졌다. 내친 김에 요새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미국 여행에 접목해 ‘한국 관광객들이 본 미국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만들어 봤다.

한인타운은 대표적인 좋은 예로 선정됐다. 대도시 LA 한가운데 한인들이 당당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행 중에 현대와 LG, 삼성의 광고나 상품이 보이면 좋은 예로 일제히 애국심이 고취됐다. 단, 한인타운의 들쑥날쑥한 한글 간판들은 번잡해 보인다는 이유로 나쁜 예로 꼽혔다.

한식당의 경우 양도 많고 맛도 한국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후한 점수를 얻었다. LA 식당에서 물 절약을 위해 물을 주문한 손님들에게만 물을 제공하는 법은 희한한 예로 꼽았다. 미국으로 수입돼 몸값이 비싸진 소주 가격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얻었고, LA가 원조나 다름없는 순두부 찌게는 아주 훌륭한 예로, 카레 순두부는 옆 사람이 시키면 말려야 하는 예로 선정됐다.

샤핑을 하거나 식당에 갈 때마다 판매세와 팁에 대해서는 불만이 이어졌다. 싸다고 생각했는데 판매세와 팁을 더하면 실제 가격은 가격표와 메뉴판 보다 30% 정도 더 비싸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세금을 아예 가격에 포함시켜야지 왜 나중에 복잡하게 세금을 더하냐”며 나쁜 예로 꼽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개혁도 화제가 됐는데 “한국의 전국민 의료보험은 미 국민들이 한국을 부러워할 예”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현한 한국이 낫다는 것이다.

관광지의 여유롭고 자유로운 모습은 한국이 본 받을 예로 평가 받았다. 광활한 평지에 곧게 자리잡은 도로들은 미국의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시내 곳곳에 녹지 시설과 공원이 갖춰져 있는 것은 좋은 예지만 LA 일대의 교통체증은 나쁜 예로 의견이 모아졌다.

소수 의견으로는 미국의 공동 수영장에서 수영모자를 쓰지 않아도 한국에서처럼 안내원이 호루라기를 불지 않아 부러운 예가 됐고, 할리웃 코닥 극장 앞에서 유명한 영화 캐릭터로 분장하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은 LA에서 ‘팔자’가 가장 좋은 예로 꼽혔다.

미국의 좋은 예를 더 배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한국도 이제는 좋은 예가 충분하기 때문에 선진국 따라 하기는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과 한국의 좋은 예 가운데 굳이 한 쪽을 선택하지 않아도 두 국가의 좋은 예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한인들의 위치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