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붉은 물감을 찍어 서녘에 밑줄을 그은 것을 보면 하루 중에 이 시간이 제일 중요한 때이거늘
또, 오늘 하루를 마감하며 우리 모두 어두워지리라
박만진 (1947 - )
하루 중에 제일 중요한 때가 저녁이라면, 인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시기는 해질 무렵에 해당하는 노년기라고 시인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아니, 하느님이 중요하다고, 인생 결산 시험에 나온다고, 서녘에 밑줄 쳐놓은 것을 보고도 모른단 말이야?’ 하고 시인이 독자들에게 되묻는 것 같다. 때로는 너무나 당연해서 진부하게 느껴지던 교훈이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오늘처럼 저녁노을이 밑줄처럼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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