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주변에서 두고두고 “어땠느냐?” “잘 생겼냐?” “예쁘더냐?” 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다.
지금은 할리웃 배우로 데뷔한 가수 ‘비’와 온 한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피겨 퀸’ 김연아를 만났을 때가 그랬다. 취재를 하고 돌아왔을 때부터 며칠 동안 기자를 만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비는 정말 잘 생겼는지, 김연아를 직접 본 소감이 어떤지 물었다.
김연아 선수와 마주한 것은 지난해 3월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였다.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꿈의 점수’ 200점을 넘긴 207.71점을 획득하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난 뒤 윌셔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헌정기념 만찬에서 만난 김연아의 첫 인상은 의외로 차가웠다. TV에서 보아오던 환한 표정 대신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으로 꼿꼿하게 서 있었다. 기자회견 때 마다 입고 나오는 검정색 체육복 차림이었는데 느낌은 ‘운동선수’보다는 ‘전통무용가’ 쪽에 가까웠다. 단정하게 뒤로 묶은 머리, 흐트러짐 없는 자세에서 독특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김연아는 반달 눈으로 활짝 웃는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링크 밖 김연아는 달랐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가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을 테니 첫 인상에서 빈틈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다소 딱딱한 표정의 김연아 얼굴에 미소가 번진 것은 자신의 기사가 1면을 장식한 본보 신문을 보여줬을 때다.
미국에서 한국어로 발행되는 신문에 자신의 사진이 크게 나온 것이 신기했던지 ‘어, 여기에 나 나왔네?’하는 표정으로 눈이 휘둥그래졌다. TV에서 자주 보아오던 반달 눈이 된 김연아는 한국일보 독자들을 위해 친필사인을 남기며 간단한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그녀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년 2월 동계 올림픽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 김연아는 지금 그 무대에 서있다. 김연아가 피겨 여자싱글 부문에서 금빛 레이스에 합류한다면 한국은 동계올림픽 빙상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석권한 나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25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때론 차가운 표정이 먼저 풍기는 김연아지만 그렇기에 끝까지 흔들림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쳐 보이리라 믿는다. 밴쿠버에서 들려오는 태극전사들의 승전보에 신바람이 난다는 한인들이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에 다시 한 번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희 / 사회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