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올해 95세를 맞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 안수산 여사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아버지 도산 정신과 어머니 이혜련 여사의 한없는 너그러움과 강인함을 물려받아서일까? 안 여사를 만나면 부드러우면서 강인하고, 친근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미연합회 LA지부 그레이스 유 사무국장이 마련한 생일 파티에는 안 여사가 소중한 인연을 이어온 친구들과 가족들이 참석했다. 그녀는 “I’m not 얌전해”라며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인사말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여자 야구팀 주장과 필드하키 선수로 활동할 정도로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은 변함이 없었다.
안 여사는 2차 대전 당시 미 해군에 입대해 장교학교에 지원했지만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가 다시 지원해 비행사들에게 공중전 전략을 가르치는 해군 최초의 여성 포격술 장교가 됐다. 1946년 제대한 후 연방 국가안전보장국(NSA)에서 암호를 분석하는 비밀정보 분석가로 활동했다.
이날 행사에는 해군 장교단이 참석해 해군제독 명의의 축하 편지를 안 여사에게 전달해 의미를 더했고 마크 리들리 토마스 LA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자신을 ‘수산의 남자친구‘로 소개해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안 여사는 1959년 NSA에서 은퇴할 때까지 워싱턴 D.C.에서 300명의 냉전관련 학자들을 지도하는 부서장을 역임했는데 별명이 ‘작은 히틀러’일 정도로 철저한 업무 처리로 유명했다.
지금도 그녀는 어떤 비밀 정보를 왜 분석했는지에 대해서는 국가 비밀이기 때문에 발설할 수 없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아들 필립 커디씨는 생일파티에서 어머니의 미공개 사진들로 제작한 슬라이드를 공개했다.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던 어린 수산은 빳빳하게 다려진 군복을 입은 여군에서 단정한 투피스를 입은 연방정부 관료로 또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는 중년 여성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도산의 히스토리(his-story)에 독립운동가의 선구자적 고뇌가 살아있다면 안 여사의 허스토리(her-story)에는 개척자로 당당하게 삶을 이끌어 간 긍정의 힘이 살아있다. 도산의 ‘무실역행’정신은 딸 안 여사의 삶에서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김연신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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