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미국 자동차 업계로 볼 때 악몽의 해였지만 현대ㆍ기아차에게는 기회의 한 해였다. 현대ㆍ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총 73만5,127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년 판매 10위 턱걸이를 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지만 2009년에는 단 한차례도 7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저력을 과시했다. 중고차 보상판매가 실시된 지난 8월에는 닛산마저 밀어내고 6위까지 점유율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의 승승장구는 9월부터 기세가 꺾이고 있다. 경쟁 업체들의 선전으로 점유율은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연속 떨어졌다.
타 업체의 약진은 지난해 마지막 성적표인 12월 판매집계에서 두드러졌다. 12월 도요타는 전년 동기 대비 32%, 포드는 33%, 혼다는 24%, 닛산은 18% 등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해 9월 이후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물론 현대ㆍ기아차의 2009년 전체성적표는 전년도 보다 나아졌지만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미고속도로안전위원회(NHTSA)가 집계한 2009년도 미국 자동차 산업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총 130만대를 리콜해 도요타(487만대), 포드(450만대), GM(220만대)에 이어 전체 4위를 기록했다. 7위를 기록한 시장점유율에 비해 훨씬 높은 순위다.
현대ㆍ기아차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혼다와 닛산은 각각 45만4,000대, 70만6,000대 리콜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에 비해 리콜이 많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평 중 대표적인 것이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뽑기 운’이 좋으면 벤츠, BMW 부럽지 않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몇 달씩 공장에 들어가 속을 썩이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리콜이 많다고 해서 품질이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리콜이 적은 회사가 품질관리에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출시 초기 조악한 품질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뼈아픈 경험도 있다.
자동차 산업의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해도 쉽게 업계 순위를 바꾸기 힘들다. 현대ㆍ기아차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를 잡았다. 신차 출시와 수퍼보울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철저한 품질관리와 고객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심민규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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