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인상적으로 보고나서 며칠 뒤 한 지인으로부터 이메일이 날아왔다. ‘남극에서 온 편지’라는 흥미로운 제목이 붙은 이메일이었다. ‘북극의 눈물’엔 기후 온난화로 북극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에스키모와 북극곰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북극과 반대편인 남극은 어떨까.
호기심에 열어본 이메일에는 흰 눈이 가득한 사진과 함께 지구의 끝, 남극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한인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남극엔 왜 갔는지, 그 곳엔 뭐가 있는지, 전화는 가능한지…. 미지의 땅을 향한 수많은 질문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반신반의하며 남극에서 온 편지의 주인공인 피터 김씨에게 이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그로부터 며칠간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남극에서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뉴질랜드와 같은 시간대에 있는 남극이 오후 2시가 되는 시간에 인공위성이 남극을 지나는 관계로 남극에서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기자가 쏟아놓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생생한 남극이야기를 전했다. 남극 대륙이 평평한 땅이 아니라 해발 평균 6,500피트에서 1만피트에 달하는 고지대라는 것, 남극점은 거대한 얼음 위에 있기 때문에 매일 2.7cm 씩 움직이고 1년이면 10미터 가량 이동한다는 것, 그래서 매년 1월1일 남극점에서는 새로운 자리로 남극점을 옮기는 행사가 열린다는 것도 모두 김씨를 통해 알게 됐다.
은퇴한 뒤 남극에서 일자리를 찾은 김씨는 남극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아문센-스콧 남극점 연구기지’에서 화물운송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남극점 기지에서 접시닦이나 청소 등 허드렛일을 자청한 많은 미국 젊은이들을 만났다고 했다.
도전과 탐험을 즐기는 백인 젊은이들은 남극을 여행하기 위해 아예 일자리를 구해서 온다는 것이다. 월급도 적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한 허드렛일을 해야 하지만 남극의 여름시즌인 10월~2월 일한 뒤 미국으로 돌아오면 실업수당이 보장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흥미를 갖고 몰려든다며 한인 젊은이들도 남극 생활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했다.
현재 여름이라 해가 지지 않는 남극도 곧 2월이 되면 천천히 겨울이 시작된다고 한다. 남극의 겨울은 해가 뜨지 않는 암흑기로 혹독한 시간이다. 그러나 남극에서 해가 지면 북극엔 찬란한 해가 떠오른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남극에선 사라지지만 북극에서 떠오르는 태양처럼 2010년 한인사회도 곳곳에서 밝고 희망찬 소식들이 들려와 기쁨으로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김동희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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