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101도나 되네요. 현재 LA카운티에서 열이 100도가 넘는 ‘플루’는 신종플루 밖에 없습니다. 신종플루입니다”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보통 기침이나 콧물이 난다 싶으면 약 먹고 하룻밤 푹 자고 나면 거뜬하게 회복되는 체질이다. 이번엔 달랐다. 온 몸이 체력장을 방금 마친 것처럼 욱신거렸고, 약을 먹고 난 다음날 오히려 열이 높아지면서 증상이 심해졌다. 장난처럼 “설마, 제가 신종플루에 걸린 건가요?”라며 농담을 했는데 주치의는 정말로 ‘신종플루’ 진단을 내렸다.
“선생님, 그럼 저 죽나요?”
‘신종플루’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나온 말이다. 마침 한국에서 한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 신종플루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TV와 신문을 장식하고 있었고 연일 신종플루 사망자 숫자가 크게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의 최전선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경고와 예방수칙, 백신 접종 관련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막연히 신종플루는 ‘남 이야기’ 로만 여겼다. 약한 사람, 아픈 사람, 어린이나 노약자만 걸리는 ‘특이한 병’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치료약 ‘타미플루’ 를 직접 받아들고 집에 오니 마음이 착잡했다. 기억을 더듬어 본 결과 신종플루 예방수칙이라며 독자들에게 강조했던 내용을 정작 나 자신은 지키지 않고 있었다. 신종플루의 대유행이 예고되면서부터 수 없이 들었던 기본 예방법은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 것 ▲손을 자주 씻을 것 등이었다.
주말동안 200여명이 모인 박람회에 다녀온 뒤부터 고열이 시작됐다.
신종플루나 독감 예방을 위해 손 씻기를 강조하는 것은 손을 통한 감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악수를 하거나 화장실 문고리, 마켓 카트 등 누가 만졌는지 모르는 물건들을 만지고, 그 손으로 다시 자신의 눈이나 코, 입 등을 만지면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입해 감염되기 쉽다.
의사들은 손을 깨끗이 자주 씻고, 손을 얼굴 가까이 가져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독감 및 각종 전염병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물론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로 면역력을 높이고, 겨울철 적당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숙면을 취하는 것도 건강 유지 비결이다.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분류돼 며칠 심하게 앓고 나니 너무 간단해서 쉽게만 생각했던 기본 예방수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자신만은 예외라고 방심하지 말고 기본 수칙을 준수하며 꾸준한 건강관리로 신종플루 없는 겨울을 보내기를 바란다.
김동희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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