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승3패의 벼랑 끝에 매달렸던 ‘클리프행어’(cliffhanger)에서 살아났다. 체이스 어틀리가 홈런 두 방을 더 터뜨리며 월드시리즈 타이기록을 세우는 ‘양키 두들(겨) 댄디’를 연출, 승부를 6차전으로 끌고 갔다.
그래도 주도권은 ‘돈의 제국’ 뉴욕 양키스가 쥐고 있다. 필리스는 아직도 한 번만 더 지면 2연패의 꿈이 무산되는 벼랑 끝에 서 있고, 마지막 두 경기는 적지에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양키스는 올해 안방 뉴 양키스테디엄에서 리그 최다 57승을 거뒀고 포스트시즌에도 6승1패의 절대적인 홈 필드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4일 필리스 페드로 마티네스 대 양키스 앤디 페팃의 대결로 벌어지는 6차전에서 갈릴 전망이다. 양키스는 이 6차전을 빼앗기면 7차전에서도 패할 가능성이 높다.
필리스 선발 마티네스에게는 멋진 복수로 그 화려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다. 사이영상을 3차례나 수상한 전설적인 투수로 명예의 전당 회원권이 예약된 상태지만 자신의 입으로 “양키스를 아빠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양키스에는 약한 면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마티네스에 어틀리가 힘을 준다. 어틀리는 이번 시리즈에서 사바티아를 상대로만 홈런 세 방을 날리는 등 이미 5개로 1977년 시리즈에서 레지 잭슨이 세운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다음에 치는 홈런으로 신기록을 세우는 것.
양키스는 그 무엇보다 3인 선발 로테이션의 체력이 문제다. 서둘러서 나흘 만에 2일 5차전 마운드에 올린 A.J. 버넷이 2이닝 만에 6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필리스에 6-8로 패해 27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첫 기회를 날렸는데 양키스 선발투수가 7회까지 버티지 못한 것은 이번 포스트시즌 14경기 만에 처음이다. 따라서 양키스 3인 선발 로테이션이 한계에 온 것이 우려되고 있는 것.
양키스는 6차전 선발 페팃도 나흘 만에 선발등판하며, 7차전이 필요할 경우 C.C. 사바티아는 2차례 등판 연속 3일 만 쉬고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처지여서 더욱 불안하다.
정규시즌에 무려 103승을 올린 ‘돈의 제국’ 양키스에 4선발이 없다는 점이 기가 막히다. 하지만 대만인 왕치엔밍이 다치고 구원투수 자바 체임벌린이 선발전환에 실패한 결과라 어쩔 수 없다.
7전4선승제 월드시리즈에서 3승1패 리드를 날린 팀은 23년 동안 없었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역사상 처음으로 3연승 뒤 4연패의 치욕을 당한 팀이 바로 뉴욕 양키스다. 양키스는 그해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5차전을 연장 14회 대접전 끝 4-5로 빼앗긴 후 김이 빠져 안방 6, 7차전에서 패하며 사상 최대 역전극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양키스는 그때도 피칭스태프가 바닥 나 파이널 7차전에서는 10-3으로 싱겁게 주저앉았다.
양키스의 6차전 선발 페팃은 사흘만 쉬고 마운드에 오를 때 성적이 12경기에 걸쳐 2승6패에 방어율 4.70으로 신통치 않다. 하지만 그는 유명한 ‘승부사’로 플레이오프에서는 5차례 등판에 걸쳐 3승1패에 2.80을 기록했다. 버넷이 적지에 뛰어들었던 반면 페팃은 홈경기에 나선다는 점도 희망을 준다. 또 페팃은 필리스 콜 해멀스와 맞선 3차전에서 먼저 3점을 내준 뒤 다음 3이닝 동안 안타도 한 개 내주지 않으며 타선에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한편 필리스의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이틀 연속이자 3번째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라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8-4로 앞선 8회에 구원등판, 1이닝을 잘 막았다. 박찬호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3차례 등판에 걸쳐 2⅓이닝 동안 자책점이 없이 잘 나가고 있다.
<이규태 기자>
체이스
페드로
박찬호
3일 기차로 뉴욕의 펜 스테이션에 도착한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모습. 옆은 체이스 어틀리(왼쪽)와 페드로 마티네스.(AP)
양키스의 6차전 선발 앤디 페팃(앞)과 데릭 지터는 쫓기고 있는 신세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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