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대신 기업 확장 뉴스가 1면에
루피화 오르면서 내년 9% 성장 가능
6개월 전만 해도 인도는 긴 불황에 빠질 것처럼 보였다. 공장은 근로자를 해고하고 투자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건축 공사는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 간 세계 투자가들이 금융 위기 때 안전 자산으로 꼽히던 달러를 버리고 낙관을 되찾으면서 신흥 강국 인도가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서는 낙관이 그대로 느껴진다. 인도 주식은 3월에 비해 2배가 뛰었다. TV에서는 신주 발행 광고가 넘치고 해고 뉴스 대신 보너스와 기업 확장 뉴스가 신문 1면에 실리고 있다. 2분기 인도에서 빠져나간 돈보다 들어온 돈이 70억달러 가
까이 되는데 이는 그 전 6개월간 흘러든 투자 자금보다 2배 가까운 숫자다.
이 기간 인도 주식과 채권에 투자된 총액은 15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2007년 마지막 3개월을 제외하고는 사상 최고 액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도 경제는 2010년부터 8~9%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IMF 등이 전망한 것보다 훨씬 빠른 회복이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옥서스 투자 연구소의 수르짓 발라는 “작년 충격 이후 정상을 되찾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사람들은 비관론자들이 우려하던 것보다 회복이 훨씬 강력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회복이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일부에서는 세계 경제가 침체한다면 이런 낙관도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수억 명을 가난에서 구제하겠다는 정부가 인프라나 교육, 경제 개혁 등을 등한시한다면 인도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외국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버블을 다시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인도 주식은 2008년 최고치에서 불과 20% 모자라는데 기업 이익과 경제는 그 때보다 느리게 성장하고 있다.
HDFC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인 아빅 바루아는 경제를 낙관하면서도 “우리는 외국 자본 수입국이기 때문에 부동산 같은 데서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에서는 이미 발생했으며 여기서도 일부는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0년간 세계를 외면해왔던 인도는 이제 점점 더 외국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이 저축과 사기업의 금융 수요, 웰페어와 보조금 등 정부 지출과의 갭을 메워줬다. 지난 3월 끝난 작년 회계연도 동안 성장은 전년 9%에서 6.7%로 둔화됐다. 외국 투자 자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6%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발라는 8%까지 높아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외국 자금이 늘어나면 몬순과 같이 불규칙한 자연 현상의 경제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줄 것이다. 농업은 인도 경제의 17%를 차지하지만 전 인구의 절반이 이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 경제는 다른 나라에 있는 핸디캡은 없다. 국내 수요가 미국에서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지금은 오히려 늘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8월말 현재 작년에 비해 13% 늘었다. 건축업자들은 1~3만 달러짜리 저가 아파트의 판매도 늘었다고 말한다. 작년 수백 개의 업체가 문을 닫았던 소매 분야도 많은 업소가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서방 기업들도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달 포드는 새 해치백을 현지에서 만들어 팔겠다고 밝혔다. 맥도널드는 120개 매장을 새로 열겠다고 발표했다. 볼티모어에 본부를 둔 T 로우 프라이스는 인도 뮤추얼 펀드사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인도 주식과 채권에 대한 해외 수요가 높기 때문에 인도 기업들은 쉽게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최근 정부 기업인 인도 석유 신주 발행 때 수요가 공급보다 31배나 많았다. 이시시 증권 책임자인 무루가판은 “세계에 여유 자금이 넘친다”며 “인도와 중국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이곳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금이 몰려들면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인도 루피화는 지난 3월 이래 달러당 46.13으로 11%나 상승했다. 달러화는 내려가고 루피에 대한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도 의류와 보석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인도 보석 수출 진흥협회의 의장인 바산트 메타는 “그게 걱정거리”라며 “이윤은 주는데 가격은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인플레를 잡기 위해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금리를 올려야 할지 모른다며 그렇게 할 경우 투자 자금이 더 몰려들어 루피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너무 좋아도 문제인 모양이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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