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6,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마침내 꿈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지난 1994년 한양대 2학년을 중퇴하고 LA 다저스와 프리에이전트로 계약,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빅리그에 도전한 지 16년 만에 이뤄낸 땀과 눈물로 얼룩진 도전의 결실이다. 그동안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던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16년 만에 이뤄낸 박찬호의 기쁨과 감격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김병현 이어 한국선수론 두 번째
16년만에 3번째 포스트시즌서 감격
야구선수로 월드시리즈에 나가는 것은 궁극적인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체스포츠인 야구에서 혼자 잘한다고 월드시리즈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수로서는 물론 팀으로서 실력과 함께 운이 따라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실 직업적 측면에서 생각하면 프로선수가 개인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오래 선수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우선목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무리 좋은 기록을 쌓고 오래 커리어를 지속해도 궁극적인 무대에 서지 못한다면 늘 달갑잖은 ‘꼬리표’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16년 만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되는 것이 박찬호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국선수가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것이 김병현에 이어 박찬호가 두 번째다. 김병현은 빅리그 3년차이던 지난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 나갔고 당시 시리즈 4차전과 5차전에서 모두 9회말 동점투런홈런을 얻어맞고 4차전에선 10회말 끝내기 결승솔로홈런까지 내주는 참담한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 D백스가 4승3패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손에 넣었다. 김병현은 또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2004년에도 비록 포스트시즌에 뛰진 않았지만 팀이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시리즈 링을 하나 더 챙긴 바 있다.
그에 비하면 박찬호는 김병현보다 앞서 빅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로 활약했으나 월드시리즈는커녕 포스트시즌과도 인연을 맺기가 쉽지 않았다. 빅리그 진입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수로 활약한 1996년 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박찬호는 한국인 첫 포스트시즌 출격 기대에 부풀었으나 다저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3연패 싹쓸이로 패하는 와중에 한 번도 마운드에 설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이듬해인 1997년부터 박찬호는 5년 연속으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으나 그 기간 중 다저스는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고 프리에이전트로 5년간 6,500만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나간 뒤엔 부상과 부진으로 점철된 최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굴의 자세로 도전을 계속한 그는 결국 2006년에야 처음으로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설 기회를 얻었으나 이미 전세가 기운 경기여서 큰 의미를 둘 수 없었다.
박찬호가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에 선 것은 친정팀 다저스에 복귀한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결승시리즈에 4차례 등판, 1.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으나 역시 다저스가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으며 탈락,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는 오프시즌 다저스에게서 재계약 오퍼가 없자 필리스와 1년 계약을 했고 올해 생애 3번째 포스트시즌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 두 번의 포스트시즌과는 달리 이번엔 필리스 불펜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팀이 월드시리즈에 오르는데 크게 기여했다. 부활한 ‘코리안특급’은 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커리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시리즈 역에 도착한 것이다.
<김동우 기자>
1994~2001 LA 다저스 / 2009 필라델피아 필리스
2002~05 텍사스 레인저스 / 2008 LA 다저스
2005~06 샌디에고 파드레스 / 2007 뉴욕 메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