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안경을 닦는다
책 속에 꿈이 있는 줄 알고
책 읽을 때만 썼던 안경을
총기가 빠져나간 눈에
열정이 빠져나간 눈에
덧눈으로 씌운다
잠은 어두우니까 더 밝은 눈이 필요하지
감긴 눈도 뜬눈이 되어
지나쳐버리는 꿈도 놓치지 않게 되고
꿈도 크고 밝은 눈을 쉽게 알아볼 것 같아
자투리 낮잠을 잘 때도 반드시 안경을 쓰는데
꿈이 자꾸 줄어드니까
새 꿈이 안 오니까
꿈을 더 잘 보려고
꿈한테 더 잘 보이려고
멋진 새 안경을 특별히 맞췄는데
새 안경이 없어졌다
다리는 새 걸로 바꾸지 말걸 그랬어.
유안진(1941~) ‘안경, 잘 때 쓴다’ 전문
젊어서는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놓고 그것을 쫓아가는 것으로 산다. 계획 자체가 꿈이었다. 그러나 계획 세울 일은 점점 줄어들고, 꿔야할 꿈조차 당연히 줄어든다. 화자는 새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보다가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안경, 잘 때 쓴다’는 말은 화자의 안타까움을 알리는 일종의 과장법이다. 점차 꿈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런 판국에 안경마저 없어졌으니 삶은 한층 막막할 수밖에.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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