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취재차 만났던 한 유명인사 P씨는 본보 A기자에 대해 “글도 엉망이고, 나쁜 기자”라며 험담을 늘어놓았다. 동료로서 듣고 있기 불편해하던 찰나, 이번에는 B기자를 언급하며 “글을 너무 잘 쓰시는 훌륭한 기자”라고 추켜세웠다.
재미있는 것은 A기자야 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에이스 기자로, 훌륭한 글 빨은 물론 정직함과 뛰어난 취재력으로 한인 언론계에서 인정받는 기자였다는 점이다. P씨의 경우 자신의 기사를 원하는 방식으로 내 주지 않은 A 기자는 자질이나 정직성에 상관없이 ‘나쁜 기자’로, 자신에게 호의적인 B기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기자로 인식해 버렸다. 이처럼 친분에 의해 기자들을 평가하는 인사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좋은 기자의 조건은 객관적인 기자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기사를 어떻게 써 주느냐에 달려있는 듯하다.
좋은 기자의 조건은 무엇인가.
지면상 가장 빛나는 좋은 기자의 조건은 단연 뛰어난 ‘글 빨’(?)로, 이는 기자들에겐 동경의 대상이다. ‘글 빨’ 좋은 기자들이 일필휘지로 뽑아내는 문장은 예술에 가깝다. 때문에 특집기사의 서문이라든가 전문은 언제나 그들의 몫이다.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조건은 뛰어난 취재력이다. 이를 갖춘 기자들은 한번 ‘취재 거리’를 물으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지녔다. 수백 번 전화하고, 발로 뛰고, 기어코 찾아내고야 마는 그들의 취재력에 이리저리 피해 다니던 취재원들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만다.
이 외에도 뛰어난 회유와 적절한 협박의 능력, 남다른 비판 의식, 참신한 아이디어 등 많은 조건 들이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정직성’을 최고로 뽑고 싶다. 기자들이 가장 빠지기 유혹 중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다. 유사한 케이스가 두개만 발견되면, 그것이 타운 전체의 트렌드인 양 일반화시키고 싶은 유혹이다. ‘지나친 비약의 오류’역시 기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다. 정직한 기자들은 기사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무리한 일반화나 비약을 지양한다.
기자로 일하면서 기왕이면 ‘좋은 기자’로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상상력을 가미해 읽는 재미가 넘치는 ‘소설’ 같은 기사, 혹은 사사로운 개인감정에 치우치거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특정인을 ‘밀어주는’ 기사로 인해 얻는 좋은 기자 타이틀 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보도함으로서 받는 ‘나쁜 기자’ 타이틀을 훨씬 선호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홍지은 / 경제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