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다저스테디엄에 ‘매직’이 돌아왔다.
8일 벌어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다저스는 1-2로 뒤진 9회말 투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상대 에러와 포볼, 그리고 적시타 2방으로 2점을 뽑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3-2로 승리하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내며 시리즈 2연승으로 승리의 9부능선 고지를 밟았다. 1점차로 뒤진 9회말, 투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부터 출발해 만들어낸 기적의 뒤집기가 안겨준 짜릿함은 다저스 팬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21년 전 월드시리즈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다저스테디엄에서 21년 만에 다시 나온 플레이오프 9회말 투아웃 역전드라마였기 때문이다.
1988년 10월15일 다저스테디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뉴욕 메츠와 혈투 끝에 4승3패로 간신히 월드시리즈에 오른 다저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타율 3할을 치거나 90타점 이상을 올린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홈런 25개로 팀 1위였던 커크 깁슨은 무릎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형편이었다. 당대 최고 ‘수퍼 에이스’로 그해 59이닝 연속 무실점의 메이저리그 기록을 수립한 오럴 허샤이저(23승8패 15완투승 8완봉승)가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그는 사흘 전 메츠와의 NLCS 최종 7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둬 이날 1차전엔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더구나 상대인 오클랜드 A’s는 어쩌면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강으로 평가될 만큼 강팀이었다. 정규시즌에서 104승을 따낸 뒤 ALCS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4게임만에 휩쓸고 파죽지세로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A’s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40-40’맨이 된 호세 캔세코(42홈런 124타점 40도루)와 마크 맥과이어(32홈런 99타점), 두 가공할 원투펀치와 2년 연속 20승을 거둔 에이스 데이브 스튜어트, 45세이브를 기록한 철벽 클로저 데니스 엑커슬리 등 전 포지션에 올스타들이 즐비했다. 다저스와 비교하면 마치 어른과 아이의 싸움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1차전에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가 터지며 대 파란으로 이어졌다. 1차전에서 4-3으로 앞선 채 마지막 9회말 수비에 나선 A’s는 클로저 엑커슬리가 단숨에 첫 2명을 잡으며 무난히 경기를 끝낼 채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드라마는 여기서 시작됐다. 대타 마이크 데이비스가 포볼을 골라내자 타미 라소다 감독은 타석까지 걸어 나가기도 힘들어 보이던 깁슨을 대타로 내보냈고 깁슨은 풀카운트 승강이 끝에 라이트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기적의 끝내기 투런홈런을 터뜨린 것. 깁슨이 절뚝거리며 베이스를 돌면서 앞쪽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모습은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다저스는 이 한 방으로 1차전 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 그리고 나머지는 허샤이저가 책임졌다. 2차전에서 A’s를 단타 3개로 영봉시킨 허샤이저는 최종 5차전에서 완투승을 보태며 다저스에 4승1패 우승을 안겼다. 깁슨에게 뼈아픈 일격을 맞은 당시 A’s의 감독은 토니 라루사. 바로 현 카디널스 감독이다. 21년 만에 재현된 ‘다저스테디엄 매직’에 라루사는 또 한 번 제물신세가 되는 고약한 운명을 만난 것이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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