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가 꽃을 피우려는지 인조 가죽이 여러 갈래로 튼다. 갈라진 틈새로 노란 스펀지가 올라온다.
의자는 몇 해 전에 이미 꽃을 피웠다. 굵고 탄력 있는 스프링 꽃대가 아직도 등받이 근처 등뼈처럼 구부정하다.
아버지는 담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암은 어느 꽃의 구근이었는지 뿌리를 뽑아내자 한 순간 몸 속 가득 꽃을 피웠다. 나는 마른 꽃대처럼 남겨졌다.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수명을 다한 형광등에 푸른 멍을 보았다. 곰팡이 가득한 천장이 보였다. 떠나고 남는 것이 모두 꽃의 혼령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안되겠다 꽃이 피면 안되겠다.
아버지 기일 오기 전에 소파를 고쳐야겠다. 형광등을 갈고, 바닥이며 천장도 손을 봐야겠다.
이성목 ‘이제 꽃피면 안되겠다’ 전문
“떠나고 남는 것이 모두 꽃의 혼령”이라는 표현으로 볼 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매우 큰 것으로 여겨진다. 아버지의 암을 좀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자책감. 갈라진 소파의 틈과 수명을 다한 형광등의 푸른 멍까지도 예사로 볼 수가 없다. 그것은 아버지를 죽게 했던 암과도 같은 종류의 꽃이므로. 아버지의 기일이 오기 전에 소파와 형광등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아버지처럼 아주 망가져버리기 전에 고쳐야겠다는 생각!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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