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남성 클럽에서 술을 따르는 여성들은 한 때 천한 취급을 받았다. 남자들 비위를 맞추며 큰돈을 받는 일이 점잖지 못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스테싱이라 불리는 그런 일은 일본 여성들 직업 가운데는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요즘 같이 경기가 나쁠 때는 이 일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호스테스들은 존경과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제2차 대전 후 최악의 불경기가 일본인들의 도덕관념까지 바꿔 놓고 있다.
불경기로 희망자 급증 - 이미지도 좋아져
연봉 10만~30만달러 - 일반 직장의 10배
도쿄의 환락가인 가부키조에서 7개 클럽 운영을 돕고 있는 미우라 겐타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호스테스 일을 찾고 있다”며 “이 일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트렌드 뒤에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여성, 특히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월급이 적고 전망이 없는 임시직뿐이다. 불황이 시작되기 전에도 20~24세 여성의 70%가 베네핏도 잡 시큐리티도 없는 직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정부 통계는 밝히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불황과 함께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은 보통 연 10만달러는 최고 스타는 30만달러까지 버는 호스테스가 해볼 만한 직업으로 생각하게 됐다. 파트타임이나 하급 호스테스도 시간 당 20달러는 받는데 이는 다른 임시직 봉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2009년 1,154명의 여자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스테스는 40개 인기 직종 중 공무원(18위)과 간호사(22위)를 제치고 12위를 차지했다. 하마다 마리(17)는 “남자들과 술을 마시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젊어서 뿐”이라고 말했다.
‘캬바쿠라’라 불리는 카바레 클럽은 나비넥타이를 맨 종업원과 이브닝 가운을 입은 호스테스가 손님을 어마어마하게 비싼 와인을 마시며 모시는 고급 술집이다. 몇몇 호스테스는 대학 학자금이나 직업학교 학비 마련을 위해, 또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이 일을 한다.
호스테스는 매춘을 하지는 않지만 일부 종교 여성 단체는 이들이 몸을 팔라는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것이 지하 매춘 조직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호스테스들은 이는 드문 일이며 오히려 파티에 지쳐 쓰러지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말한다.
젊은 여성들은 가난한 호스테스로 출발해 TV 스타가 된 후 의류 및 패션 비즈니스로 성공한 모모카 에리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7인치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모모카(27)는 “때로는 나같이 되고 싶다는 초등학생의 이메일을 받는다”며 “어린 소녀에게 호스테스는 현대판 공주와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의원인 오타 가즈미도 호스테스 출신이다. 전에는 큰 스캔들이었을 이런 사실이 이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야당인 민주당 티켓으로 곧 재선거에 출마할 예정인데 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에 얼마나 많은 호스테스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도쿄에만 정치인과 회사 중역들만 가는 회원 전용과 싸구려를 포함, 1만3,000개의 호스테스 클럽이 있다. 호스테스들은 함께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밖으로 나가 데이트도 하지만 보통 돈을 받고 섹스를 하지는 않는다. 매춘은 금지돼 있지만 매춘부들은 따로 있다.
호스테스는 인기 순위에 따라 랭킹이 매겨지면 1순위는 그 클럽의 스타 역할을 한다. 일본 북쪽에서 온 하야시 미네리는 셀룩스라는 클럽에 온지 6년 만에 스타가 됐다. 최근 그녀는 클럽이 마련해 준 생일 파티에 나가느라 준비를 한 적이 있다. 클럽밖에는 실물 크기보다 큰 그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안에는 10여명의 남성들이 풍선과 샴페인 병을 들고 서 있었다.
고객들은 월급쟁이에서 비즈니스 소유주 직장이 끝난 후 몸을 푸는 사람 등 다양하다. 셀룩스는 그녀 생일 날 6만 달러 이상을 벌 계획이다. 그녀는 머리에 왕관을 쓰며 “사는 게 재미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년 은퇴해 해외여행을 할 계획이다.
호스테스가 되고 싶어 하는 17세 난 그녀 동생이 뒤를 이을 예정이다. 하야시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녀는 “동생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중 문화도 호스테스의 인기를 부추기고 있다. TV 연속극은 호스테스를 커리어 우먼으로 소개하고 있다. 호스테스들은 돈 관리나 대화 기법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쓰기도 한다. 호스테스 패션에 관한 잡지는 일반 여성들 사이에도 인기다. 이들을 본 따 화장을 진하게 하고 머리를 요란하게 하는 게 유행이다.
그러나 도쿄에서 호스테스로 일하고 있는 호시노 세리나(24)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술을 마시는데 지쳤다. 헤어살롱 의자에 축 쳐져 있는 그녀는 끝없는 고객과의 데이트에 지쳤다. 새벽에 집에 가서는 하루 온종일 잔다. 쉬는 날은 집을 떠나지 않는다. 그 대가로 한 달에 1만6,000달러를 번다. 대다수 그 나이 또래 직업여성의 10배에 달하는 수입이다. 그녀는 “독립생활은 좋지만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클럽들도 불경기 여향을 느끼기 시작했다. 호스테스 임금도 시간당 16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보통 직장 월급보다 많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다. 가부키조 일대는 이들을 찾는 스카우트들이 깔려 있다.
한 리쿠르터는 어머니와 함께 오는 여성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직업이 천시되던 옛날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고급 클럽 인력 담당자인 나카가와 하나는 “여성들이 보통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1주일에 40명 정도 일자리를 찾아오는데 이는 불경기 전보다 2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 문제 전문가인 미우라 아쓰시는 보수가 높은 일자리가 별로 없는 한 호스테스는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이것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비판에 앞서 젊은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더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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