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서울의 청계천 개발을 소개하는 큰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엉뚱하게도 한국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한국어의 영문표기 방식에 따라 청계천의 영문 표기를 ‘cheonggyaecheon’ 이라 쓴 것이었다. 그냥 보기에 스펠링이 얼마나 복잡한지 한국어의 ‘청계천’이라는 세 글자의 영문표기가 이처럼 어려워서야 외국인들이 도저히 제대로 읽어낼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직장의 외국인 동료들에게 이를 읽어보라고 부탁했더니 단 한사람도 우리말 청계천의 발음에 가깝게 읽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 정한 표기법에 따라 그 동안 써 오던 많은 지명 등 고유명사들의 표기가 달라졌는데 초기라서 그렇긴 하지만 많은 웃지 못할 사연들이 생겼다. 부산에서 열린 어떤 국제 행사 때에는 그 행사의 공식 영문 명칭은 ‘Pusan International ‥ Festival’인데 행사 장소는 ‘Busan, Korea’라고 했으니 외국인들이 얼마나 헷갈렸겠는가.
그리고 이미 수 십 년 동안 외국인들에게 알려져 온 김포공항의 영문표기도 ‘Kimpo’ 에서 ‘Gimpo’로 바뀌었으니 그것이 같은 공항이란 것을 알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놀리느라고 일본인들 중에는 ‘Gimpo’를 일부러 ‘짐뽀’라고 읽는 이가 있다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일본말의 ‘짐뽀’는 남성 성기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이미 오래 알려져 온 고유명사 표기는 설사 이번에 정한 표기법과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 동안 써 오던 대로 계속 쓰도록 하는 예외를 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의 예를 들면 동경은 일본 발음으로 ‘도-꾜’에 가깝지 ‘토-쿄’가 아니다. 이번 한국식 표기법대로라면 이것도‘Tokyo’가 아닌 ‘Doggyo’라 써야 될지 모르지만 이런 거론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이런 지명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는 데에도 많은 문제가 따른다. 그 동안 이씨 성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Lee’ 박씨는 ‘Park’ 그리고 김씨는 ‘Kim’으로 써왔는데 이를 새삼 ‘Yi’ ‘Bag’혹은 ‘Bak’이나 ‘Gim’ 으로 고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도 이들 김씨나 이씨 박씨 등은 많이 알려져 있고 또 흔한 이름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으나 희성인 노씨 같은 이름은 외국인들이 그 영문 스펠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씨는 ‘Noh’ ‘Roh’ 혹은 ‘No’등 여러 가지로 쓰여오고 있다. 그래서 이처럼 완전히 다른 표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이 완전히 다른 성씨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름을 영문표기 하는 데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발음들이 있다. 최근 이곳 형사법원에 ‘노덕x’라는 한인의 사건이 있었는데 그는 이름을 유난하게도 ‘No, Duck’ 이라고 썼다. 그래서 법원 직원들이 “이 사람은 이름이 ‘오리가 아님’이라고 했으니 겁쟁이인 치킨인가 보다”라고 농담을 하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이름을 영문으로 쓸 적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할 발음이 있다. 이름에 흔한 ‘식’을 ‘sick’ 으로 또 신씨를 ‘sin’으로 쓰는 것은 피해야 하겠다.
한국에서는 특히 영어권과 별로 접촉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지방 정부에서 영문표기를 하는데 많은 오류가 생겨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를 통일하느라 이번에 영문표기법을 시행하기로 한 것은 타당성이 있지만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이미 오랫동안 써 왔던 고유명사들은 예외적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박중돈 / 법정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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