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7시30분. 윌셔가에 위치한 LA 한국문화원에서 반가운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일반인 대상 시사회가 진행된 것.
이날 시사회는 드라마 1편의 방영과 함께 특별 제작된 뮤직비디오 영상 공개,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간단한 설명 순서로 이어지며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시사회에는 아주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드라마 관계자나 출연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이미 시사회장을 찾은 타인종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중년 정도 되어 보이는 흑인 및 백인 할머니 부대에 한국 드라마에 대한 소감을 물었는데 반응은 정말 대단했다. 60세가 넘는 2명의 친구와 함께 샌버나디노에서 온 흑인여성 러빈(56)은 “2003년부터 TV 지상파 채널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하게 됐는데 독특한 문화와 스토리 전개 등에 매력을 느껴 줄곧 시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지금까지 자신이 본 드라마의 제목을 줄줄이 나열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 광팬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 50여명이 몰렸으며 모두 자신이 한국 드라마에 애정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모든 팬들은 ‘꽃보다 남자’ 포스터와 기념 볼펜을 받아들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행사장을 떠났다. 이번 행사는 분명 한국의 드라마 컨텐츠 등 문화 산업이 주류사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해준 의미있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한국에서 제작된 자막과 제목의 영문 타이틀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사회장을 찾은 캐롤린(62)은 “‘Boys over Flowers’라는 제목을 보고 어딘가 잘못 표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야 의미를 이해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좀 더 좋은 제목을 삽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자막 역시 너무 딱딱한 표현과 일상생활에 잘 사용되지 않는 단어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관객들은 이날 행사에 출연배우들이 참석하는 줄 알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행사의 홍보 광고에 ‘F4를 만날 수 있다’는 영어 문구가 포함되면서 빚어진 해프닝이다.
이번 시사회는 ‘할리웃보울 축제’에 출연하는 한국 가수들을 보기 위해 미 전역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타인종 팬들을 보면서 느꼈듯이 ‘한류’가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러나 타인종들이 한국 문화 컨텐츠를 쉽게 이해하고 접근 할 수 있도록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고려해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한류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진호 / 사회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