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박찬호는 ‘불펜 체질’인가.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최근 구원투수로 절정의 구위를 보여주고 있어 현 시점에선 구원투수가 그에게 더 적합한 보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21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0회부터 12회까지 3이닝동안 9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5개를 뽑아내며 퍼펙트로 막아낸 박찬호의 구위는 전성기 때보다 위력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주류언론이 ‘환상적(spectacular)’, ‘숨 막힐 정도(breathtaking)’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격찬했을 정도였다. 최고 시속 95마일에 달한 강속구는 꿈틀거리며 캐처 미트에 꽂혔고 슬라이더와 커브는 날카롭게 꺾이는 각도와 제구력에서 모두 탑 클래스였다. 33개의 투구로 3이닝을 마치며 25개를 스트라익으로 꽂는 공격적인 피칭에 필리스 홈팬들은 기립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로 새 팀을 찾던 박찬호(36)가 필리스와 계약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필리스가 선발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 기회를 줄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비록 필리스는 박찬호를 롱릴리프 겸 비상 선발요원으로 점찍고 영입에 나선 것이었으나 박찬호가 선발투수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자 선발자리를 보장할 순 없어도 경쟁으로 따낼 기회는 주겠다며 한 발 물러섰고 박찬호는 그 약속에 근거, 필리스의 1년 250만달러 오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는 21⅓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2.54를 기록하는 눈부신 피칭으로 당당히 5선발 자리를 따냈다. 필리스가 은근히 5선발로 점찍었던 경쟁자 J. A. 햅도 20이닝동안 방어율 3.15로 호투했으나 기록에서 박찬호에게 밀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선발투수 박찬호는 시범경기 때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원투수로 1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몸을 푼 뒤 다음 7번의 등판을 모두 선발로 나섰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7차례 선발등판에서 거둔 성적은 1승1패, 방어율 7.29이었고 피안타율은 .311까지 치솟았다. 결국 박찬호는 지난 5월17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1⅓이닝동안 5안타 4포볼 5실점으로 무너진 뒤 불펜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자칫 선수로서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이젠 백전노장이 된 박찬호는 불펜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완벽하게 ‘코리안특급’으로 부활했다. 잠시 적응기를 거친 뒤 호투를 거듭하며 최근에는 불펜의 핵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 처음엔 전형적인 롱릴리프 맨으로 기용됐으나 최근에는 팀의 셋업맨으로 나서기도 하고 21일 경기처럼 승부의 저울추가 언제 어디로 기울지 모를 상황에선 든든히 마운드지기로 팀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때 선발투수로 뛰지 못하는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던 박찬호는 이제 불펜투수로 입지를 굳히며 마음의 평화를 찾았고 그 결과는 필드에서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박찬호는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필리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불펜의 핵심멤버다.
박찬호는 지금 필리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불펜의 핵심멤버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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