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웨스턴 교차로 부근의 LA한인회관 1층에 가면 언제나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는 얼굴들이 있다. 김신희씨와 계원숙씨가 바로 그들이다. 최근에는 신희자씨가 새로 합류했다.
외모상으로는 60세가 넘은 듯한 이들은(본인들이 나이 밝히기를 꺼려한다) ‘자원봉사자’라는 이름으로 한인노인들의 온갖 상담을 도맡아 해준다.
간혹 40~50대 중장년층도 있지만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은 노인이 대부분이다. 영어는 못하고 그렇다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어디 물어볼 만한 가족도 없는 노인들이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상대하는 ‘고객’들이다.
상담 내용은 버스표 구입이나 택시를 부르는 일에서부터 영문 서류작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TV 컨버터 ·안테나 판매설치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이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한인회 직원들이 바쁘거나 자리를 비울 때면 한인회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들이 봉사를 시작한 것이 28대 남문기 한인회장 때부터니까 햇수로는 벌써 3년째다.
한인회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많을 때는 한달에 1,000명이 넘는 방문객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 평균 50명이라는 계산인데 실제로 한인회관 1층이 이들과 상담하려고 찾아오는 한인들로 북적거리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인회 직원들이 아니다. 한인회에 상근 직원이 2명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말 그대로 한인회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는 ‘봉사자’들이다.
그런데도 한인회가 문을 여는 날이면 어김없이 봉사석을 지키고 있다. 올해 초 한인회관에 불이 나 한인회가 몇달 동안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을 때도 이들은 봉사석을 떠나지 않았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한인들은 이들이 당연히 한인회 소속이라고 생각하고 한인회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마련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묵묵히 한인 이민자들을 도울 뿐이다.
취재를 위해 매번 한인회관을 드나들 때마다 이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이들 자원봉사자의 선행을 보면서 커뮤니티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한인회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이들 자원봉사자에게 우리 모두 한번쯤은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달하면 어떨까.
정대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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