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서에서 근무 하다가 약 10개월 만에 사회부로 돌아온 지 1달이 조금 넘었다. 사회부는 사건과 사고의 취재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언제나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고 기자들이 ‘발생’이라고 부르는 브레이킹 뉴스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사회부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취재원들과 연락도 뜸했고 취재 감각도 약간 녹이 슨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마음 놓고 걱정할 시간도 없이 갑자기 사건·사고가 ‘터지기’ 시작했다.
새 자리의 책상을 정리하기도 전에 LA 한인타운 가정집에서 성매매 현장이 적발됐다. 뒤이어 한인들이 성매매 정보를 교환하는 웹사이트의 실체를 공개하겠다는 제보자가 나타나 ‘한심한’ 한인타운의 성매매 실태를 취재하게 됐다.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한인 여대생이 자살했고 한인타운 은행에는 강도가 침입했다. 부인을 살해하고 남편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고 마약 거래를 하던 한인들이 체포됐다. 노래방에서 사소한 시비 끝에 총격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가정 폭력으로 갈등을 겪던 전 동거녀를 살해한 한인 남성이 체포됐다. 한인이 유령 회사를 차려놓고 투자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지는 사건·사고 속에서 준비 운동을 할 틈도 없이 숨 가쁘게 100미터 달리기를 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언젠가 달려본 것 같은 비슷한 코스를 달리는 기분도 들었다. 성매매,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 명문대생 자살, 유흥가 총격 살인 사건, 투자사기, 마약 거래. 모두 낯익은(?) 한인타운의 단골 범죄들이다. 처음 취재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겪어본 일과 같은 데자뷰가 느껴졌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been there, done that”이다.
10개월 만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회부로 돌아와 느낀 데자뷰가 반갑지 않았던 것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실망감 때문이었다. 달라지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매매는 여전히 성업 중이고 가정폭력이 도화선이 된 살인 사건도 그대로다. 믿기 어려운 이득을 내주겠다는 정말 믿기지 않는 투자사기도 변함이 없었다.
비슷한 사건·사고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 번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문제점이 있다면 해결책이나 방지책을 찾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데자뷰는 망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잘못된 반복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망각하지 않는다. 자꾸 발생하는 불상사에 구태의연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반복의 사슬을 끊기 위해 잘못된 연결 고리는 없는지 살펴보는 지혜가 생기길 기대한다.
김연신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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