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에 대한 느낌은 ‘검정색’과 ‘노란색’이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대한민국이 검은 빛으로 변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향했고, 전국에 마련된 분향소엔 검은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가슴에 ‘근조’라는 검은 리본을 단 이들은 흰색 국화를 가슴에 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자 역시 취재차 봉하마을을 찾았다. 정치를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봉하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다. 그 곳에선 다수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흔히 우리가 ‘소외된 이웃’이라 부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첫날엔 목발로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있는 청년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전에서 왔다는 그는 “손에 물집이 잡혔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면서 “노 전대통령 덕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마지막 길에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밝힌 그는 대학 2년때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등록금 지원혜택이 생기면서 무사히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 밤은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는 청년의 말에 머리가 희끗한 청년의 어머니는 곁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다음 날 봉하마을에 도착했을 땐 분향소에서 서러운 통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조선족 교회에서 조문을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고인이 생전에 직접 조선족 교회를 찾아와 관계자들과 면담을 나눴던 것을 회상하며, 재임기간 동안 실제로 정책이 바뀐 덕분에 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귀한 동포를 향한 사랑을 잊지 않고, 남긴 말씀대로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뿐만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 조문객들의 발걸음도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까지 길게 이어졌다. 분향소 뒤편에서 휘날리고 있는 ‘낮은 사랑,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라는 현수막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날이었다.
노란색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한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던 날, 시청 앞 서울광장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물결로 가득 찼다.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들, 때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던 낮고 가난한 사람들이 노란색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그 날 검은 빛이 드리운 대한민국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그 눈물이 노란색 희망이 되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힘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동희 사회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