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기적’이 당신이 ‘살아갈 기적’이 되기를…” 지난달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메시지다. 생명을 키우는 찬란한 오월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2009년 5월은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국민장을 치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달 생을 마감한 사람들 중에는 수필가이자 영문학 평론가인 장영희(57) 서강대 교수가 있고, 한국 영화계의 막강 파워였던 정승혜(44) 영화사 봄 대표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밤새 이야기하고픈 사람들이었다. 아니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좀 더 좋은 세상에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다. 각기 다른 장르에서 멋들어지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고, ‘글은 곧 사람’임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이들이었다.
고 장영희 교수의 칼럼모음집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으며 손 내밈이라고는 몰랐던 지난 세월들을 반성해야 했고, 영화제목 만큼 중요한 단 한 줄의 카피(광고문구)로 흥행불패를 기록했고 ‘왕의 남자’가 실현한 1,000만 관객 신화가 고 정승혜 대표의 작품임을 알았을 때는 무릎이 아니라 머리를 쳐야만 했다.
두 사라에게서 글의 힘이 아니라 삶의 힘을 배우고 싶었다. 정승혜 대표가 쓴 책 ‘일하면서 노는 즐거움’을 보면, 10분 일하고 50분 노는 것이 바로 그녀의 목표이자, 그녀가 살아온 스타일이라고 한다. 뭘 해도 대단히 진지하게 노력을 안 한다고, 대충 얼렁뚱땅 해치우고 놀고 싶어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몹시 억울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순순히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면서 놀던 정승혜 대표는 2년 넘게 대장암 투병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를 아는 이들은 그 누구도 그녀가 왜 대장암에 걸렸을까 묻지 않았고, 그저 안타까움에 목 놓아 울기만 했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도 블로그 마다 숱하게 떠도는 장영희 교수의 유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는 고인이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 이별할 때 그 아픔은 표현할 길이 없지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입니다
문학을 통해 늘 약한 자에게 손을 내밀었던 장영희 교수다. 세 차례의 암투병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 그였기에, ‘천형 같은 삶’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도리어 누가 뭐래도 자신의 삶은 ‘천혜의 삶’이라고 말했던 그였기에, 이 글은 하나둘 떠나버려 살기 싫은 세상, 시퍼렇게 멍든 가슴만 남은 나눠줄 것 없는 세상, 암 투병 아니면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세상이라도 더욱 굳건하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하은선/ H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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