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교수이자 수필가였던 한 영문학자의 죽음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시간 지난 9일 57세의 나이로 영면한 장영희 서강대 영미어문학과 교수다.
그는 신문 칼럼과 수필집, 소설 번역 등을 통해 상당한 명성과 인기를 얻은 문학자이기도 하지만, 장애와 암이라는 역경과 싸우면서도 늘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 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장 교수는 한 살 때 앓은 중증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를 딛고 서강대를 나와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이미 장애로 불편한 몸에 지난 8년간 유방암, 척추암, 간암이 차례로 닥쳐왔지만 투병 끝에 다시 강단에 서는 불굴의 의지를 보였던 그였다. 하지만 간에 퍼진 세 번째 암은 끝내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지금 한국에서 장영희 교수 추모 열기가 뜨거운 것은 그가 상상하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과 불편함 속에서도 열심히 제자들을 가르치고 치열한 삶을 살며 항상 미소를 잃지 않은 ‘당당한 희망의 전도사’였기 때문인 것 같다.
장 교수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영국과 미국시들을 알기 쉽게 소개한 그의 책 ‘영미시 산책’에서 “희망은 우리가 삶에서 공짜로 누리는 제일 멋진 축복”이라고 썼다. 영화로도 유명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시를 소개하면서는 “헤메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는 싯귀를 강조했다.
또 미국의 저명 시인 롱펠로우의 시 ‘인생 찬가’에 붙인 칼럼에서는 “별 생각 없이 사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레 소리 같습니다. 무력감과 권태에 빠져 잠들어버린 영혼을 깨우는 소리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모두가 우리의 삶을 결코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된다는 잔잔한 외침으로 들린다.
하루하루가 힘들어 좌절되거나 삶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무력감이나 권태에 시달릴 때, 장영희 교수의 글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한줄기 희망을 찾고 그 끊을 놓지 않았던 그의 삶 자체가, 그의 표현대로 ‘영혼을 깨우는 우레 소리’로 다가올 것이다.
기자는 그를 책으로만 접했을 뿐 일면식은 없지만, 대학 시절 학과 교수님의 따님이라는 먼 인연도 있어 그의 부음에 가슴 한켠이 아련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종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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