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걸려왔다. 대학 동창이다. 용건은 잘 아는 후배가 근처로 유학을 갔으니 신경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유학생 시절의 어려움이 아련히 떠올랐다. 학점 따기만 해도 여간 벅차지 않았었다. 거기다가 경제적으로 항상 쪼들렸다. 내내 그렇게 지내온 유학 시절이다.
얼마나 힘들까. 하여튼 만나서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며칠 후 약속한 식당을 찾아갔다. 파킹 랏에는 차가 몇 대 없었다. 그 중 확 눈을 끄는 것이 있었다. 딜러에서 갓 뽑아낸 빨강 색 캐딜락이다.
후배는 고생의 티가 전혀 없었다. 상당히 유복한 유학생이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아버지는 장성 출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 신형 캐딜락은 후배가 몰고 온 차였다. 순간 뭔가 배신감 같은 것이 치밀어 올랐다.
타운의 한 올드 타이머가 5공 시절 겪은 한 작은 에피소드다. 그의 말은 또 이랬다.
“그렇지 않아도 5공 실세의 자녀가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 상사지사들이 학비에, 생활비에, 용돈까지 댄다는 말이 파다하던 때였다. 반신반의 했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로 들리게 됐다. 갓 유학 온 새파랗게 젊은 후배가 최신형 캐딜락을 몰고 나타났으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미국 내에서 살집을 알아보는 데 국정원이 동원됐다고 한다. 노대통령 측은 2007년 6월 박연차씨로 부터 100만 달러를 건네받기 직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이 같은 부탁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 주려니 100만 달러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는 박연차씨의 진술과 관련, 문제의 1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임’을 입증하려는 검찰 수사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아들 집을 사주려 한다”며 박연차씨에게 100만 달러를 요청했다는 말도 나돌고 나오고 있어 검찰수사는 한층 긴박성을 띄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그 보다도 대통령의 사적인 일에 국정원장이 동원됐다는 사실이다. 국정원이 움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구체적 보고서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보고 내용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하여튼 최고 권력자가 미국에 있는 아들이 살집을 알아보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 국정원장이라는 사람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수사와는 별도의 또 다른 관심사다.
마지못해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했을까, 아니면 ‘과잉충성’성의 뭔가 튀는 행동을 했을까. 그랬다면 그 결과는…. 그 점이 특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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