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변호사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같은 점이라면 기자는 기사를 쓰고 변호사는 소장을 작성해 논리와 일관성을 갖고 각각 독자와 판사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점이고 차이점이라면 수입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최근 평소 알고 지내는 변호사들과 만나는 동안 새로운 차이점을 하나 더 발견했다.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인타운 내 한 대형교회 분쟁 기사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의 가장 큰 관심은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고 최종판결이 내려진 후 원고측과 피고측의 반응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관심은 다르다. 기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변호사들은 이번 교회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분위기였다. 이유인즉 재판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결국 돈을 버는 당사자는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의 세계에서 교회 송사는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케이스로 잘 알려져 있다. 목사와 장로 가운데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에 대해서는 이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변호사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동안 재판담당 주력 변호사는 유대계이고 한인 변호사들이 뒤늦게 합류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자 어느 변호사가 얼마를 벌 것인지에 대한 계산이 바로 나왔다. 주력 변호사는 150만달러, 소송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변호사는 10만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2년 넘게 끌어온 이 교회의 송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내려진다. 이미 잠정 판결이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상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잠정판결이 불리하게 내려진 쪽에서는 항소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최종 판결이야 담당판사가 알아서 하겠지만 한인들의 입장에서는 심심찮게 터지는 교회 내 분쟁 소식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부 크리스천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법원의 판결에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해당교회 교인들의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변호사들에게 교회 분쟁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법정 소송을 진행하려면 능력있는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 없고 너만 잘못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교회 분쟁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던 실익을 챙기는 사람은 변호사뿐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정대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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