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은 못했지만 힘있고 공격적인 야구로 세계를 매료시켜
한국의 최정이 베네수엘라전에서 6회 외야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고 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결승에 오른 한국야구를 세계가 경이롭게 바라보는 것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3년 전 제1회 대회서도 4강에 올랐으며 지난 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세계언론은 이미 한국이 이번 대회서도 4강 진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막상 대회의 뚜껑이 열리자 드러난 한국야구의 위력은 이들의 가장 낙관적인 전망조차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을 아기자기한 기술야구, 즉 ‘스몰볼’을 하는 아시아의 강호 정도로 생각했던 세계 언론과 팬들은 피칭과 수비, 타격에서 모두 메이저리거들이 중심을 이룬 중남미의 강호들을 기술과 조직력은 물론 힘에서까지 압도한 한국야구에 완전히 매료됐다. 도대체 빅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이런 놀라운 선수들이 어떻게 메이저리그에 더 많이 오지 않았는지를 놓고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다.
한국에 대한 경이적인 반응과 대조적으로 함께 결승에 오른 일본에 대해서는 별로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미 1회대회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고 일본야구에 대해선 그만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일본이 전형적인 ‘스몰볼’을 완벽하게 하며 승리를 뽑아내는 스타일로 정교함에 호쾌함까지 곁들인 한국야구와 같은 매력은 없기 때문이다. 제구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유인구를 던지는 일본투수들과 주자만 출루하면 이닝이나 아웃카운트에 별 관계없이 보내기번트를 시도하는 일본타자들이 그들의 눈에 매력적으로 비칠 리가 만무하다. 이기는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팬들 입장에서 별로 즐거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분명히 일본과 다른 야구를 하고 있다. 봉중근과 윤석민, 정현욱, 임창용 등 한국 ‘필승조’의 주축 투수들은 모두 시속 93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꽂아넣는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타석에서도 김현수, 김태균, 추신수, 이대호, 이범호 등 중심타자들은 빅리그 투수들을 두들겨 수많은 장타를 뿜어내며 상대팀의 메이저리그 거포들을 무색케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격의 스타일이 일본의 그것과는 확연히 틀리다. 일본같으면 100% 번트가 나왔을 무사 1, 2루 같은 상황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거의 95%이상 정공법을 택한다. 또 한국타자들은 이런 감독의 믿음에 확실하게 보답하고 있다. 사실 한국야구가 이번 대회에서 이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 것은 김인식 감독의 이 같은 공격적인 성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8경기를 치르면서 팀 홈런 10개로 5위, 팀 타점은 47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최강팀이라는 일본이 4홈런과 29타점에 그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타선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알 수 있다. 사실 한국의 1회 WBC대표팀도 7경기에서 6홈런과 26타점을 올렸지만 이중 이승엽이 혼자서 5홈런, 10타점을 올린 사실을 감안하면 나머지 타자들의 역할은 거의 미미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서는 강력한 MVP후보로 떠오른 김태균이 타율 0.385에 3홈런, 11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1위에 나선 것을 비롯해 이범호(3홈런 6타점), 이진영(1홈런 7타점) 김현수(타율 0.400 4타점) 등이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했다.
이런 한국야구가 맞닥뜨린 상대팀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스몰볼’이라는 것은 착각이었으며 한국은 파워까지 갖춘 대단한 팀이라고 입을 모은다. 4강전에 앞서 ‘한국이 스몰볼을 한다며 우리도 스몰볼로 맞설 수 있다’던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은 한국의 대포공세에 참패를 당한 뒤 “왜 한국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별로 없는 지 모르겠다. 정말 대단한 팀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단순히 이기는 것을 넘어 세계를 한국야구팬들로 만들어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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