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의 수많은 업체들을 취재하다 보면 업주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비즈니스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열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소개하고 자사의 제품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업주가 대부분이지만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는 속담처럼 성의 없는 업주나 직원들도 간혹 만나게 된다.
아예 기사를 미리 써서 가져오는 의욕이 넘치는 업주도 있다. 처음에는 기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아서 언짢은 기분도 들었지만 요새는 “사장이 기사를 쓰셨으니 기자가 장사를 해야 겠네요.”라며 웃어넘긴다.
사실 기사를 미리 써오는 경우보다 더 언짢은 경우는 취재 기자에게 “기자가 대충 알아서 써 달라”며 떠넘기는 업주들이다. 이렇게 ‘주인의식이 없는 주인’들은 자기 사업을 위한 취재에도 귀찮다는 반응을 보이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발생한다. 주인(principal)이 모든 일을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인(agent)에게 업무를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 대리인은 개인적 목표를 갖게 되고 주인의 뜻과는 다르게 행동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세일에 대해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내용을 알려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주인의식이 없는 주인들은 “매니저가 알텐데... 내일쯤 매장에 가보세요.”라고 말한다. 다음 날 매장에 가보면 주인은 자리를 비웠고 매니저는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취재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인의 대리인 역할을 하라고 채용한 직원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하는 것이 목표일 뿐, 비즈니스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주인은 신경을 쓰지 않고 직원은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자세다. 비즈니스가 잘 될 리가 없다.
반면에 주인의식이 있는 주인이 운영하는 업체는 다르다. 업주나 직원 모두 자신들의 분야와 취급하는 상품에 대해 자부심이 넘친다. 직원과 업주가 머리를 맞대고 비즈니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낸다. 이런 업체들은 취재를 해보면 불황을 이겨내려는 오뚝이 정신이 엿보인다. 어느새 취재 기자까지 “이런 업체라면 좋은 기사를 써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주인의식이 생겨나게 할 정도다.
불황에 살아남으려면 주인은 물론 직원까지 주인의식을 가져야한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려면 직원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권한을 부여해야한다. 주인의식으로 무장하고 기자를 바짝 긴장시키는 업주와 직원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김연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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