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예선 탈락의 충격에 빠진 도미니카 공화국 캐처 미겔 올리보가 덕아웃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마운드를 향해 달려 나가며 환호하는 네덜란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 네덜란드 야구로 인해 시작됐다. 작년 메이저리그 합계 연봉으로 비교하면 단 한 명이 미니멈 연봉을 받아 고작 0.4백만 달러를 챙긴 ‘외인구단’이 어떻게 8,000만 달러가 넘는 세계 최고 ‘호화군단’을 두 차례나 꺾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본선 진출에 성공했는지 더욱 알 수가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 두 경기 비디오를 보고 또 보며 네덜란드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할 일이다. 하지만 지난 7일 3-2, 10일 11회 연장 접전 끝 2-1로 네덜란드가 이긴 경기 내용을 분석해 보면 네덜란드 투수들은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에 안타와 볼넷을 각각 15개씩 허용했다. 도미니카에 충분히 기회를 줬지만 도미니카 타자들이 끝내 결정적인 한 방을 못 터뜨리고 국제적 망신을 당한 셈이다.
도미니카 대표로 뛴 보스턴 레드삭스 슬러거 데이빗 오티스는 이에 대해 “너무 평범해서 못 쳤는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 투수들이 잘한 것을 인정하지만 갑자기 못 보던 ‘괴물’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안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오티스는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뛴 체인지업 전문투수 시드니 판손이 네덜란드 대표로 뛰는지조차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도미니카를 상대로 1승에 1세이브를 기록한 리안 보이드나 4 2/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롭 코르데만스 등 무명 투수들에 대해서는 더욱 아는 게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오티스는 메이저리그 규정 때문에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충분히 없었던 점도 아쉽다는 핑계도 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는 “우리는 오프시즌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플레이오프나 다름없는 중요한 경기로 들어갈 정신력이 못되는 것 같다”며 “특히 이렇게 몇 경기만 치르는 대회서는 그 무엇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점은 네덜란드가 도미니카를 두 차례 눕히며 입증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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