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마운드가 원동력
한국이 3년 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막강한 마운드였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구대성 등 메이저리그 출신 5인방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 16개 참가국 중 가장 좋은 팀 방어율 2.00을 기록했다. 팀 타율은 0.243으로 10위에 불과했지만 강력한 마운드를 앞세워 미국과 일본 등을 물리치고 4강까지 오르는 신화를 창조했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가장 믿는 것은 바로 투수력이다. 지난 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주역인 마운드 투톱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에다 방어율 1위를 차지한 윤석민(KIA), LG의 외로운 에이스 봉중근 등 확실한 선발투수에 일본에서 재기에 성공한 임창용(야쿠르트)이 마무리로 나서는 팀 마운드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마운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킬러’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김광현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약관 스무살에 불과한 김광현은 향후 10년 이상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임에는 틀림없지만 난타당한 충격이 너무 컸기에 남은 대회기간동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지가 큰 관건이다.
부진을 보이고 있는 투수는 김광현 뿐 아니다. 불펜에서 감초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장원삼(히어로즈)과 이재우(두산)도 일본전에서 난타를 당했다. “둘 모두 시즌 때만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김인식 감독의 판단이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오승환(삼성)은 제 구위를 찾지 못해 아직 등판조차 못하고 있다. 손민한(롯데) 역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투구수 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특성상 불펜요원 4~5명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마운드 운용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은 보나마나다. 한국은 이번 대회 엔트리 28명 중 13명을 투수들로 채웠지만 정작 승부의 고비에서 믿을만한 투수는 6~7명 정도일 것으로 보여 앞으로 마운드 운용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봉중근과 정현욱(삼성)의 발견은 상당한 성과다. 일본과의 1-2위 결정전에서 봉중근의 빛나는 호투는 그의 생애 최고 역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일본전에서 시속 150㎞에 이르는 묵직한 직구를 꽂아 넣었던 정현욱은 대회전 만해도 김병현이 가세할 경우 빠져야할 후보 0순위로 꼽혔으나 이젠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벌써 김병현의 탈락이 오히려 행운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밖에 대만과 중국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류현진과 윤석민은 기대했던 만큼 해주고 있는 선수들이다.
김인식 감독은 투수들의 컨디션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결국 이길 수 있는 승리조합을 만들어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1회 WBC대회에서 신기의 용병술로 한국을 4강까지 이끌었던 ‘명장’ 김인식 감독의 지략이 이번엔 어떻게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1라운드에서 한국 마운드를 이끈 기둥들. (위쪽부터) 정현욱, 류현진, 봉중근, 임창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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