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계는 너도나도 ‘슬럼독 백만장자’를 꿈꾼다. 1,5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2억달러 흥행수입을 돌파했으니 그럴 만하다.
극장수입에서 제작비의 10배 이상을 뽑아내고도 여전히 돈 벌기가 진행 중이고, DVD 수입까지 예상하면 대박 중에서도 대박이다. 8관왕이라는 오스카 금관을 쓴 덕분에 폭스서치 라이트는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원래 돈방석에 앉을 영화사는 폭스서치 라이트가 아니었다.
2007년 제작 당시 슬럼독 백만장자는 지금은 문을 닫아버린 워너브라더스의 계열사 워너 인디펜던트 픽처스가 북미 배급권을 갖고 있었다. 일찍이 이 영화의 가능성을 믿고 500만달러를 투자해 배급권에 공동 제작자라는 타이틀까지 챙겼던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 스튜디오의 돈 안 되는 독립영화 계열사 접기로 인해 워너 인디펜던트 픽처스는 문을 닫았고, 슬럼독의 흥행에 자신이 없었던 워너측은 제작진에게 다른 배급사를 물색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주었다.
애초에 워너 인디펜던트의 제시액 500만달러와 비교도 되지 않는 액수를 제시해 북미 배급권을 빼앗겼던 폭스 서치라이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워너가 예상한 슬럼독의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미 ‘주노’라는 독립영화로 대박을 경험했던 폭스 서치라이트는 50% 수익분배라는 조건으로 배급권을 챙겼고, 그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다.
경제위기는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에게 재앙이지만, 위기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된다. 광고 단가가 뚝 떨어진 오스카 시상식 중계에 거액을 투입한 광고를 내보낸 현대차가 실례이다. 아직 기회를 잡았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현 상황에서 현대는 ‘판매 확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이렇게 환율이 높을 때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 그야말로 ‘윈-윈’ 아닌가. 더욱이 현대차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GM이 따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니 현대차의 마케팅 전략이 맞아도 제대로 맞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일관된 환경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난세에 영웅이 나고 경제위기에 부자가 탄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슬럼독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들에게 사지선다 퀴즈가 하나 던져진다.
“자말 말릭은 상금 2,000만루피가 걸린 마지막 질문을 남기고 있다. 어떻게 그는 그것이 가능했을까?” 이어 보기가 등장한다. A 속임수로 B 운이 좋아서 C 천재라서 그리고 D 영화 속 이야기니까. 영화는 영화 속 이야기를 정답으로 간주했지만, 현실은 역발상 리더십이 정답 아닐까 싶다.
하은선/ H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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