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목사 인선을 둘러싸고 법정 소송까지 벌어졌던 벨플라워 가나안장로교회 사태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3년만에 일단락 됐다.
지난2일 해외한인장로회(구 미주한인장로회) 소속 서남노회(회장 최명환)는 제40차 정기노회에서 노회와 대결하며 교단을 탈퇴했던 가나안 장로교회 장로 및 안수집사 19명에 대한 제명 처분을 철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 19명은 후임목사 인선 과정에서 퇴임하는 전임목사 지지 교인들과 대립했다가 노회가 그들을 지지하자 반기를 들고 교단 탈퇴를 선언하면서 노회에서 제명을 당했었다.
교인들로서는 참으로 지루하고 지겨웠던 3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쏠쏠하게 교인들이 모인다는 중형교회로 30여년을 성장해온 가나안 교회가 전임 목사 지지파와 후임목사 지지파들의 주도권 싸움으로 그만 만신창이가 돼 버린 것이다. 은퇴한 전임목사를 따르던 지지자 50여명도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다. 승소를 장담하던 변호사말만 믿고 노회를 탈퇴했던 후임목사 지지 교인 400여명 역시 지난해 8월 노회측에 패소당한 뒤, 극심한 내분을 겪다가 두동강이 나 버렸다. 일부 교인들은 후임목사를 따라 나가 새 교회를 차렸다.
싸움이 한창이던 2007년 전임목사측의 젊은 부목사가 고혈압으로 쓰러져 목숨을 잃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어제까지 교인집을 방문하며 웃고 떠들고 음식을 나누며 기도하던 교인들이 지금은 등을 돌린 채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다. 외로운 이민생활에서 그나마 믿고 의지했던 어제의 동무들이 오늘은 적이 되어 샛눈을 치켜뜨고 헐뜯고 있다.
지루한 싸움 끝에 교회가 얻은 것은 주변의 손가락질이요, 잃은 것은 교회와 교인들이 가져야할 믿음과 사랑, 그리고 25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변호사 비용이었다. 가나안 교회에서만 고만고만한 신앙심으로 20년간 버텨왔던 기자가 겪었던 허무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꼭 부정적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한 노회장의 결단과 용기는 신앙심을 잃어가는 교인들의 가슴에 신앙의 새 불씨를 지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서남노회 노회장을 맡았던 현희덕 목사(애나하임 임마누엘 장로교회 담임)는 분규에 휩싸였던 가나안교회 사태를 수습하다가 소속 교단으로부터 노회장 시무정지와 1년간 근신 처분을 받았다. 그가 무리한 수습으로 또다른 분열을 야기 시켰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노회와의 재판에서 패소(지난해 8월)해 교회를 떠나야 하는 400여명의 교단 탈퇴측 가나안 교인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것도 그냥 내민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은퇴한 전임목사 측에 서서 나머지 교인들의 하소연을 무시해온 노회의 잘못을 인정한다며 교인들 앞에서 사과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경찰을 불러 후임목사등 추종 교인들을 교회에서 몰아내면 간단하게 끝날 일을 현 목사는 화해의 손을 내밀어 그들을 끌어안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노회와 손을 잡고 후임목사 지지 교인들을 밀어내려던 전임목사 지지 교인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고 상급 기관인 총회에까지 제소돼 화해에 앞장서던 현 목사 등 일부 목회자가 징계를 받게 됐다.
그렇다고 교단과 노회가 현 목사의 노력을 막은 것은 아니다. 총회는 현 목사의 화해 노력을 측면 지원해 줬고 많은 노회 소속 목사들과 장로들도 그동안 내렸던 자격박탈의 중징계를 풀어주며 현 목사에게 힘을 보태줬다.
서남노회 정기 노회에서 한 목사는 “‘하나님은 내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하나님 편’이라는 마음으로 화해하자”고 설교했다. 교회의 싸움은 항상 ‘하나님은 내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내 잘못은 보이지 않고 남의 잘못만 보게 된다. 하나님은 내편이므로 나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항상 “하나님 당신편이요”를 외치며 나의 허물부터 돌아본다면 가나안 교회와 같은 불상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김정섭/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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