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를 하면서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 시인은 ‘하나의 몸짓’에 불과한 것도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가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 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들이다.
바로 버려지는 신문으로 멋진 샤핑백을 만드는 김정옥 할머니와 빈병을 팔아서 모은 돈으로 이웃을 돕는 정예진·우진 남매의 이야기다.
김정옥 할머니를 만난 것은 LA한인타운에서 열린 한 일일찻집 행사에서다. 엄밀히 말하자면 김 할머니 보다 할머니가 손수 만들었다는 ‘신문지 샤핑백’을 먼저 만났다. 행사장 한 구석에 놓여있던 ‘신문지 가방’은 자태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신문 만드는 일’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접하는 신문들이었지만 김 할머니의 손을 거친 신문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알리는 1면 뉴스는 멋스러운 ‘김연아 샤핑백’으로 변신해 있었고,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담긴 신문으로 만든 샤핑백에서는 엄숙함이 느껴졌다.
김 할머니는 한 일본인 여성이 만든 ‘신문지 샤핑백’이 뉴욕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한국 신문으로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이웃이 버리는 신문을 “쓰레기통 보다는 우리 집이 가까우니 우리 집 앞에 버려달라”고 해서 얻은 신문이라고 했다.
길이를 재고, 자르고, 붙이고, 다리미질까지 해서 만든 ‘핸드메이드 신문지 샤핑백’은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정예진(9)·우진(6) 남매는 ‘근검절약, 이웃돕기’를 강조하는 아버지 덕분에 빈병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주워온 빈병을 팔아 수익금을 차곡차곡 모았다.
지난 연말에는 10개월간 모은 62달러95센트를 제3국 어린이들을 돕는 ‘기아대책본부’에 기부했다. 아버지 정건오씨는 “요즘은 오히려 너무 많이 주워와 가끔 민망할 정도”라며 “아이들이 버려지는 물건들도 잘 활용하면 다른 사람을 돕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어 흐뭇하다”며 웃었다.
김 할머니나 예진·우진 남매를 만나기 전까지는 신문지나 빈병은 다만 하나의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쓸모없다’며 버려지는 물건들도 충분히 ‘쓸모 있는’ 그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모두가 어려운 때라고 말한다. 힘들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의 아름다움을 배워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동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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